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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진문화연구소 Nov 16. 2020

[19호] 아티스트 웨이 - 종종살롱


Life | 조금씩 다양한 방법으로 내 삶을 실험하게 된 계기

<아티스트 웨이 – 종종살롱>

홍종희


“퇴사 환장파티” 우리 셋은 그렇게 뭉쳤다. 예상치 못한 코로나 사태에 직격탄을 맞은 40대. 각자 다른 회사에서 충실히 직장인의 삶을 살았던 우리는 자의반 타의반 회사를 떠나야했다.      


'어쩌면 이번이 자기 주도적인 삶을 살아갈 절호의 기회이니, 우울해 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인생의 한 챕터를 접는 순간을 축복하고 즐거운 축제로 만들자'라는 생각에 코로나로 인해 실직한 주변 지인들을 집으로 초대해서 <퇴사 환장파티- 종종살롱>을 신나게 기획했다. 탁 트인 강변 산책길에서 시원한 공기를 마음껏 들이 키고 우울한 기운과 어색함을 털어냈다. 축하 꽃다발과 케이크로 집안을 함께 장식하고, 음식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를 위로했다. 각자 인생 곡을 목청껏 신나게 따라 부르면서 앞으로 펼쳐질 인생의 새로운 길을 힘차게 걸어 나가길 응원했다.      


며칠 후, 이 모드를 이어가는 작지만 구체적인 프로젝트를 해보기로 마음 먹었다. 작년에 동네에서 진행했던 <작당모의 프로젝트 - 나루 백일장>에 참여한 기억을 떠올리며, 이번엔 직접 기획을 해보기로 하고 <아티스트 웨이 - 종종살롱>을 시작했다.      


퇴사 후 자칫 흐트러지기 쉬운 몸과 마음. 의미 없게 시간을 흘려보내며 우울모드에 들어가지 않도록, 참가자들의 마음가짐을 깨어있게 하기 위해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평소 내가 영감 받았던 <아티스트 웨이>란 책을 기반으로 매일 아침 3페이지씩 마음 가는대로 필사하며 나의 내면을 탐색하고, 일주일에 1번씩 주변 아티스트와 만나 인생 이야기를 나누는 ‘아티스트 테이트’를 하는 것이 모임의 큰 골자였다. 더불어 각자 자신이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을 탐색하고 진행하면서 서로의 진전을 공유하고 응원하는 모임. 우린 이 모임을 퇴사 후 그렇게 시작했다.      


사실 <아티스트 웨이 – 종종살롱>은 퇴사 후 흔들리는 마음을 다독이고,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며 나를 지지해주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좋았다. 제약회사, 디지털회사, 영화사에서 일하던 3명의 40대 여성들. 퇴사, 가족 간의 갈등, 이별, 건강 이상 등 인생의 어퍼컷을 한꺼번에 맞는 것 같았다. 오직 회사라는 조직의 사각 링에서 룰에 맞추어 충실히 살아왔던 직장인들. 언젠간 이 링에서 벗어나 나만의 삶을 자유롭게 살 것이라 막연한 꿈만 꾸었던 이들이 맞이한 현실은 너무 현실적이라 비현실적으로 다가왔다. 매달 들어오던 월급이 끊기니, 그동안 쉽게 즐겼던 외식과 취미 생활도 버겁게 느껴지기도 했다. 경제적 타격은 크지 않았지만 심적 타격이 컸나 보다.      


쪼그라드는 자신감과 지갑 속에 우리의 미래 설계도 색이 바래지기 시작했다. 불안한 마음에 여럿이 함께 하면 나을 것 같아 우리 셋은 쾌를 만들어 더 자주 뭉쳤다. 동네책방 날일달월에 모여 갑작스러운 잡지사 폐간으로 구조조정을 당하게 된 직장인 월터가 떠나는 인생 모험 영화 <윌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도 함께 보며, 많은 공감과 위로를 받기도 했다. 스테인드글라스 아티스트 신부님과 영화 평론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등 주변의 아티스트를 직접 만나 인생 이야기를 듣고 조언도 받으며 앞으로의 삶에 대한 방향성도 함께 고민했다. 코로나 상황이 심각할 때에는 자주 만나기 힘들었지만, 처음으로 zoom을 통해 화상으로나마 서로의 안부를 믿고 응원을 이어갔다. 상황이 나아졌을 때에는 원주의 산골 책방으로 1박 2일 짧은 여행을 떠나 책을 원 없이 읽고, 밤에는 책방 주인과 함께 제2의 인생에 대한 워크숍 및 싱어롱을 하며, 잠시나마 자연과 함께 숨통이 트이는 경험을 하기도 했다. 


그렇게 우리 셋은 <아티스트데이- 종종살롱>을 통해 서로 위로하고 응원하며, 조금씩 링 위에서 벗어난 각자의 삶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가족의 이별을 애도하고 남겨진 짐들을 정리하고 새로운 터전으로 이사를 했다. 광진구, 강원도 원주 및 경기도 양평을 오가며 드로잉, 한지 그림 및 조명을 제작해보며 메이커를 꿈꿨다. 가족들의 마음을 보듬고 고양이에게 위로를 받으며 에세이를 다시금 쓰기 시작했다. 동네 영상제작 청년과 함께 취향을 담은 포토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유튜브에 올리는 것을 시작으로 나름 유튜버로 데뷔도 했다. 인디 뮤지션을 꿈꾸는 아들의 데뷔곡 뮤직비디오를 기획했다. 그렇게 <아티스트 웨이 - 종종살롱> 덕분에 조금씩 다양한 방법으로 우리는 삶을 실험했다.      


실험 속에서 우린 현실과의 타협으로 구직활동도 병행했다. 이내 곧 다시 직장생활을 시작했고, 누군가는 곧 시작할 예정이다. 그렇지만 작당모의 프로젝트 <아티스트 웨이 – 종종살롱>를 통해 불이 지펴진 내 삶의 태도, ‘아티스트처럼 창조하기’를 위한 노력은 계속될 것이다.          


홍종희
광진구에서 초-중-고등학교를 다닌 토박이. 어릴 적에는 잘 몰랐던 광진구의 거주 가치를 코로나 시대를 맞아서 제대로 느끼는 중이다. 낮엔 어린이공원과 워커힐, 밤엔 조명이 아름다운 한강변을 산책한다. 동네 골목에서 길을 잃고 걷다 우연히 아티스트의 숨겨진 공간을 탐험하길 좋아한다. 최근 크리에이터의 삶에 관심을 갖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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