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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진문화연구소 Nov 16. 2020

[19호] 이달의 책

※해당 원고 출판사 기재에 오류가 있음을 안내 드립니다. "요즘문고 -> 900km" 정정합니다.

Pick | 이달의 책 


셋이서 집 짓고 삽니다만

(우엉, 부추, 돌김 / 900km)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사랑하는 우리 님과 한 백년 살고 싶네’ 남진의 「님과 함께」 가사 일부다. 노래 가사는 사랑하는 연인과 같이 살고 싶은 화자의 소망을 담았다. 그러나 현실에서 우리는 ‘사랑하는 우리 님’과 은행 대출을 갚으면서 평생 살거나, 혹은 2년마다 이삿짐 싸느라 바쁜 나날을 보낸다.    

 

신문과 뉴스를 거의 안 보는 사람들도 부동산 문제, 주택 문제를 모르지 않는다. 특히 청년이 '내 집 마련'을 하는 것은 거의 이룰 수 없는 목표에 가깝다. 이런 혹독한 현실에서 강화도로 직접 가서 집을 짓고, 텃밭 생활을 하고, 책방을 운영하는 청년 공동체가 있다. 바로 책방 시점의 운영자이자 『셋이서 집 짓고 삽니다만』을 쓴 우엉, 부추, 돌김이다.       


우엉과 부추는 친한 친구이자 직장 동료이며, 부추와 돌김은 신혼부부다. 서로 맺은 관계는 각각 다르지만, 집 문제에 대한 고민은 비슷했다. 그 고민은 강화도에서 집 짓고 셋이 거주하며 서점을 운영하려는 ‘시점 프로젝트’의 토대가 되었다. 셋은 각자 모은 돈, 대출받은 돈, 정부 지원금 등 영혼까지 끌어 모아 보금자리이자 책방인 시점을 만들었다. 그 덕택에 서로 대출 공동체라고 일컫는다. 그렇다면 엄청난 지출을 감수하면서도 이들이 '시점 프로젝트'를 완수한 이유가 무엇인가.     


이에 돌김은 “결이 통하는 사람들끼리 작당모의할 수 있는 베이스캠프 같은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81쪽). 셋은 부부 중심의 가족 구성 형태에서 벗어나, 혈연보다 진한 유대감으로 뭉친 새로운 가족을 만들었다. 강화도에 있는 책방 시점은 부부와 자식이 사는 집이 아닌, 뜻이 맞는 타인이 어울릴 수 있는 보금자리다. 주인 세 명 이외에도 많은 사람의 땀으로 책방 시점이 탄생했다. '시점 프로젝트'는 새로운 지평을 여는 '시점'(start point)이 되었다. 이들은 각자의 '시점'(view point)을 존중하면서도 함께하는 '시점'(time point)을 소홀히 하지 않는다. 시점이란 단어에 많은 의미가 담겨 있듯, 여러 모습의 가족이 있다. 단지 법, 사회가 인정하지 않아도, 서로 공존하며 살아가는 타인들이 있을 뿐이다.      


글 한보경 (서점과 책을 좋아하는 책방열음 단골 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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