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먼 옛날, 내가 지금 서 있는 이곳은 바다였을까 산이었을까? 모두가 흘러가는 세월 속을 걸어가며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어쩌면 당연하다고 느끼는 바로 이 순간도 멀리서 바라보면 시간에 따라 무수히 변해가는 하나의 장면일 뿐이다.
광진구에는 지역의 변화와 공존을 유심 있게 관찰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자양5동’과 ‘소심한 사진관’이다. 오래된 것들과 새로운 것들이 공존하는 자양동을 기억하고 기록하며 가상의 동네를 예술로 재구성하는 ‘자양5동’부터 광진구를 하나의 사진관으로 바라보고 일상의 작은 단면을 소소하지만 심오하게 포착하는 ‘소심한 사진관’까지. 골목 사이 숨은 보석을 찾아 헤매는 탐험가 두 작당모의러들을 만나보자.
먼저 ‘자양5동’과 ‘소심한 사진관(이하 사진관)’에 대한 간략한 소개 부탁드린다.
자양5동) ‘자양5동’은 2019년에 결성된 팀으로 구성원 대부분이 20여 년이 넘도록 광진구 자양동에 사는 지역주민이다. 자양동은 재건축 이슈로 공간과 사람들이 굉장히 많이 변화했다. 이러한 변화를 그냥 흘려보내는 것보다 우리만의 방식으로 기억하고 싶은 마음에 팀을 결성하게 되었다. 각자 관심 있는 주제를 선정하여 자양동 일대를 기록하고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는 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관) ‘소심한 사진관’은 이름에서부터 드러나듯이 광진구를 하나의 사진관으로 보고 일상의 작은 단면을 포착하는 팀이다. 미술을 전공하는 세 친구가 대학을 진학하게 되면서 서로의 작업을 자주 공유하지 못하는 점이 항상 아쉬웠다. 이러한 서로의 마음이 닿아 우리 지역을 매개로 활동하며 평소 관심이 있던 사진을 주제로 모임을 해보면 어떨까하여 ‘소심한 사진관’을 시작하게 되었다.
두 팀 모두 이름이 무난하면서도 동시에 독특하다. 특히 자양동은 4동까지만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팀명을 짓게 된 에피소드가 궁금하다.
자양5동) 말씀하신 것처럼 자양동은 4동까지 있다. 광진구를 잘 모르시는 분들은 가끔 자양5동이 어디쯤인 동네냐고 물으시기도 한다. (웃음) 자양5동은 가상의 동네를 의미한다. 우리만의 새로운 시선으로 자양동을 만들어보자는 의미로 팀명을 정했다.
사진관) 사진을 다루는 모임이니 ‘사진’이라는 키워드가 들어갔으면 싶었고, 불리기 편안한 발음을 찾고 있었다. 후보 중에는 ‘수상한 사진관’도 있었다. 그런데 ‘수상한’이라는 단어가 뭔가 초현실적이거나 기술이 엄청나게 뛰어나야만 할 것 같은 압박감을 느껴 탈락시켰다. (웃음) 팀명이 소소하지만 심오한 우리만의 지향점을 잘 드러냈으면 하는 마음으로 지금의 ‘소심한 사진관’이 탄생했다.
그렇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활동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 ‘N개의 작당모의 프로젝트’를 통해 진행하는 프로그램들이 궁금하다.
사진관) 우리 팀은 ‘N개의 작당모의 프로젝트’를 통해 올해 처음 만들어진 모임이다. 그래서 아직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지는 못했지만 가장 최근의 활동은 ‘자양동 중국음식골목’ 일명 ‘건대 양꼬치 거리’ 출사였다. 주제는 자유롭게 두고 그 안에서 각자의 다양한 시도들로 거리를 담았는데, 거울지를 이용해서 거울지에 비치는 왜곡된 상을 카메라에 담기도 하고 파노라마 영상기법을 활용하기도 하는 등 여러 화면으로 광진구를 포착하려 시도하고 있다.
자양5동) 우리의 관심사를 키워드로 정리하면 자양동, 청년, 문화예술, 기록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이를 기준으로 작당모의 프로젝트를 통해 각자가 생각하는 자양동의 이미지를 풀어 내보려 한다. 며칠 전 자양2동을 돌아다니면서 사진을 찍고 기억에 남는 지점들을 공유했는데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특히 오래된 가게의 간판들이 눈에 띄었는데, 세월이 느껴지는 글자의 형태가 도드라져 보였다. 이렇게 익숙했던 동네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하는 의미 있는 활동들을 계속 지속해나가려고 한다.
다양한 주제들이 넘실대는 세상에서 특별히 우리 동네 이야기를 풀어가는 이유가 있는지
사진관) 동네는 직접적으로 우리가 살을 비비고 살아가는 터전이기에 우리 지역을 지역주민이 직접 기록하고 조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우리 지역을 지역주민이 직접 기록하고 조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자양5동) 같은 마음이다. 오래된 것들과 새로운 것들이 공존하는 모습이 뚜렷한 광진구, 특히 자양동의 변화와 공존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라고 보았다.
같고도 또 다른 두 팀의 앞으로의 활동이 정말 기대된다. ‘자양5동’, ‘소심한 사진관’이 ‘N개의 작당모의 프로젝트’에 지원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자양5동) 우리는 모임을 4년차 진행하고 있는데, 우리끼리 활동을 하다 보니 이제는 조금 더 많은 분과 함께 자양동을 기록하고 활동을 나누고 싶어졌다. 작당모의 프로젝트를 통해 우리 팀을 적극적으로 홍보할 수 있겠다고 보았고, 공간을 지원해준다는 점이 가장 매력적이었다. 더불어 우리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다른 분들을 알 수 있어서 좋았다. 오늘 평소 관심 있게 눈여겨보던 ‘소심한 사진관’ 팀과 함께 인터뷰하게 되어 너무 즐겁다. (웃음)
사진관) 같은 사진·영상 장르를 다루다 보니 우리 팀 역시도 ‘자양5동’ 활동을 재미있게 바라보고 있는 입장이었다. (웃음) 언젠가부터 지역에서 무언가를 해보고 싶다는 열망을 가지고 있었기에 광진문화연구소 카카오톡 채널을 추가하며 소식을 종종 받았다. 작당모의 프로젝트 모집 공고를 보고는 이제는 때가 왔다고 생각했다. (웃음) 혼자 시작하려면 막막했을 터인데 덕분에 무리 없이 시작할 수 있었다. 이러한 경로 자체만으로도 정말 감사하다.
다시 활동 이야기로 돌아가서 두 팀이 활동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는지
사진관) 양꼬치 거리를 촬영하는 도중 갑자기 가게 안에 있던 점원이 나오시며 ‘뭐 하시는 분이세요?’하고 물었는데 당황한 나머지 ‘사진 찍는 분이에요.’라고 대답한 적이 있다. (웃음)
자양5동) 우리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골목 사진을 찍고 있으니 어떤 분께서 이런 것을 왜 찍고 있는지 핀잔을(?) 주시더라. 하지만 위기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웃음) 그럴 때 활동 목적을 잘 설명하면 지역 주민의 살아있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으니 또 하나의 찬스라고도 느껴져 그런 때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웃음)
활동 선배다운 ‘자양5동’의 팁인 것 같다. (웃음)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보자. 광진구의 문화예술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이 궁금하다.
사진관) 얼마 전 광진문화재단에서 진행하는 지극정성 프로젝트 <10분 예술제>를 관람하고 왔다. 매달 특정 주제에 맞춰 10분씩 공연을 펼치는 예술제였는데 처음 접하는 공연 장르였기에 굉장히 신선한 시도라고 느꼈다. ‘소심한 사진관’도 참여를 고려하는 중이다. (웃음) 광진문화재단을 축으로 많은 활동의 기회를 열어갈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된다.
자양5동) 생각보다 다양한 분야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광진문화재단이 매년 발굴하고 계시기에 일상에서 즐겁게 누리고 있다고 본다. 이 자리를 빌려서 다시 한 번 감사를 전한다. (웃음) 앞으로도 꾸준히 발전하기를 바라며 지역주민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
준비한 질문이 거의 끝나가고 있다. 두 팀이 앞으로 다뤄보고 싶은 활동들이 궁금하다.
자양5동) 인터뷰를 하면서 느낀 점인데 ‘소심한 사진관’과 함께 협업해보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는 기록물로 다양한 창작활동을 시도해보고 싶다. 한 친구는 자양동의 다양한 공간의 이미지들을 연결해 하나의 공간으로 구성해내는 영상작품을 해보고 싶다고 했고, 한 친구는 아쉽게도 곧 이사를 갈 예정인데 유년 시절의 기억을 기반으로 자양동을 재구성하는 작품을 계획 중이다.
사진관) 함께하는 프로젝트 기회가 있다면 우리도 대찬성이다. (웃음) ‘소심한 사진관’은 아직 구체적인 목표를 잡고 있지 않지만, 카페나 식당, 갤러리 등에서 작지만 알찬 전시로 작업을 공유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다.
‘자양5동’, ‘소심한 사진관’의 나아갈 방향성이 너무나 궁금하고 기대된다. 드디어 마지막 질문이다. 앞으로 두 팀이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무엇인지
자양5동) 우리와 여기 ‘소심한 사진관’을 비롯해 청년예술인들의 모임이 더욱 활성화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역 청년들의 예술적인 움직임들이 지역문화 형성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고 생각하는데, 모쪼록 지금처럼만 여러 모임이 지속되기를 바랄뿐이다.
지역 청년들의 예술적인 움직임들이 문화를 이끌어가는 중심이 된다고 생각한다.
사진관) 일상에서 쉽게 찍을 수 있는 사진과 관련된 실험을 최대한 해보고 싶다. 꼭 좋은 카메라와 장비들이 아니더라도 편안하게 아마추어리즘을 즐기고 싶다. 항상 접하는 생활권이지만 다른 모습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점을 ‘소심한 사진관’의 가치관으로 삼고 계속해서 활동해나가고 싶다.
글 이슬기 사진 느린나무
자양5동
Instagram @jayang.5dong
E-mail jayang.5dong@gmail.com
소심한사진관
E-mail amy15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