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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진문화연구소 Dec 09. 2020

[20호] 이달의 책

[20호] 이달의 책

Pick | 이달의 책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생활예술

(강윤주, 박승현, 유창복 외 지음 / 책숲)


광진문화재단에서 발행하고 있는 <나루사이>는 광진구의 지역문화를 담고 있다. 공간을 마련하여 문화적인 거점을 키워나가는 사람들도 있고,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들을 바탕으로 주변 사람들과 경험하며 나누는 사람들도 있다. 지역문화를 이러저러하게 정의하려는 시도들이 많지만, 한마디로 정의하기 힘든 이 일련의 모습들이 바로 생활예술이 아닐까? 지금은 쉽사리 모여서 여러 활동들을 진행하기 어렵다. 서로 모여 나누고 경험하는 문화 활동들이 광진구의 지역문화를 이어왔지만, 우리 모두의 안전을 위해 서로 얼굴을 이전보다 덜 마주하면서 지역 속 문화를 유지해 나가고 있다.     


이러한 생각을 하던 찰나에 나의 구미를 당기는 책이 눈에 띄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생활예술>. 마치 갈 곳을 헤매고 있는 생활 예술인들에게 어떠한 방법들을 던져줄 것만 같은 책이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제목과 표지를 보면서 기대했던 답은 끝내 얻지 못했다. 책장을 덮으면서 조금 실망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 책이 지금 우리에게 의미가 있는 것은 ‘코로나’가 아닌 ‘코로나 이후’와 밀접하게 닿아있기 때문이다.     


책은 세 부분으로 나뉜다. 1장은 지금, 이 순간을 견디고 난 후에 우리가 마주할 생활 예술에 관해 얘기한다. 책은 ‘일상에서 마주하는 경험이 세련되지 못하더라도 미적 경험의 본질적 성격을 잘 보여 준다’라고 주장하는 존 듀이의 말을 디딤돌로 삼아 강화된 ‘언택트’ 기술로 그 모습이 달라질지언정, ‘팬데믹’의 반작용으로 코로나 시대 이후 우리가 마주해야만 하는 경험 중심의 일상적 예술을 바라고 있다. 2장은 본격적으로 생활예술 정책에 관련하여 얘기한다. 이전까지 진행되어 왔던 정책들이 실제 시민들이 활동하는 데에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지, 어떻게 개선되어야 하는지를 말한다. 마지막으로 3장은 현장에서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데, 도서관/마을/커뮤니티에서 실제로 시민 중심의 생활예술이 어떻게 실천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짧은 소개로도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코로나 시대의 생활 예술에 대해서 말하지 않는다. 이전부터 제기되었던 생활예술 전반에 관한 개선점을 딛고 쉽게 모이지 못하는 이 시기를 지나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바라본다. 따라서 ‘포스트 코로나’인 것이다.      


이 책은 앞으로 우리가, 또는 <나루사이> 및 지역문화 사업이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많은 질문을 던진다. 코로나 시대에 익숙하게 된 여러 언택트 기술들을 긍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지는 않은지, 실질적인 경험에 목말라 있는 사람들과 어떠한 ‘예술’을 경험할 것인지…… 단숨에 흥미를 유발하지는 않지만, 분명히 <나루사이> 독자들과 지역 문화 참가자들에게 의미 있는 생각거리를 던져줄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하루빨리 도래하여 모두 함께 만나 그때의 생활예술을 마음껏 경험하는 순간이 오기를 희망한다.

      

 

글 박광택 (전 생산적헛소리 책방지기. 부산에서 독립 단편영화를 대중에게 알리는 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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