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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진문화연구소 Dec 09. 2020

[20호] 이달의 영화 x KU시네마테크


[20호] 이달의 영화 x KU시네마테크

Pick | 이달의 영화 x KU시네마테크


뉴욕 라이브러리에서

(2017 / 프레드릭 와이즈먼 / 장르 : 다큐멘터리)


‘다이렉트 시네마’라는 장르는 다큐멘터리 감독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관찰만으로 만들어진 다큐멘터리 장르를 일컫는다. 카메라에 진실을 담아내고자 최대한 자연스러운 방식이나 깊게 생각해보면 진심을 담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카메라의 위치 그 자체로도 감독의 의도가 들어가게 되고, 편집을 통해 감독의 의도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사실 ‘다이렉트 시네마’의 매력은 진실을 탐구하는 것이 아니다. 카메라로 포착한 사실과 도달할 수 없는 진실 사이의 간격만큼 관객을 사유하게 하는 것. 영화만이 할 수 있는 고유한 재료로 사유의 지점을 포착하는 것에 ‘다이렉트 시네마’의 참된 매력이 있다. 오늘 소개 할 영화는 언제나 사유의 지점을 포착하기 위해 노력하는 감독 ‘프레드릭 와이즈먼’의 영화 <뉴욕 라이브러리>에서다.     


짧지 않은 206분의 러닝 타임 동안 카메라가 보여주는 것은 오직 뉴욕 공립 도서관의 모습뿐이다. 하지만 이 도서관의 모습들은 꽤나 낯설게 느껴진다. 도서관이라는 단어에 갇혀 우리 모두가 알고 있지만 잘 생각하지 않은 도서관의 기능인 지역 문화/예술 공간으로써 작동하는 모습을 조명하기 때문이다.     


<뉴욕 라이브러리에서>의 시작은 세계적인 석학 ‘리처드 도킨스’가 도서관 본관 로비에서 강연을 하는 모습으로 시작된다. 이 장면이 매우 흥미로운 이유는 도서관을 다루는 다큐멘터리 영화의 오프닝에서 단 한 권의 책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 평론가가 말한 것처럼 이 영화에서는 책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즉, 감독은 의도적으로 책의 존재감을 없앰으로써 도서관이 단순히 책을 대여해주고 읽는 공간을 제공해주는 것이 아닌 지역 내 문화/예술의 허브로써 작동한다는 사실을 관객들에게 알려준다.     


<뉴욕 라이브러리에서>는 우리가 문화/예술을 향유해야 하는 이유에 대한 의도를 감추고 도서관의 모습을 206분간 보여준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도서관의 모습들은 고서적 큐레이션, 노년층의 IT 교육, 음악 공연 등의 다양한 모습들을 조명한다. 관객들은 영화 속 도서관의 실제 모습을 보면서 도서관의 존재 이유부터 예술의 가치, 더 나아가 문화와 예술에 대해서까지 자연스럽게 사유하게 된다.     


‘나는 생각 한다. 고로 존재 한다’라는 데카르트의 유명한 명제는 인간과 문화/예술의 관계를 가장 명확하게 정리한 문구가 아닐까 싶다. 데카르트의 명제야말로 <뉴욕 라이브러리에서>를 추천하는 이유를 가장 잘 설명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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