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새공략프로젝트 #회화작가 #김지용작가
Q. 작가님에 대해 간략한 소개 부탁드린다.
A. 광진구 군자동에서 회화/조각 작업을 하고 있는 김지용이다. 세종대학교 패션디자인학을 전공하다가 회화로 진로를 전향한 케이스다. 어렸을 적부터 그리고 만드는 걸 좋아했다. 부모님께선 사짜 들어가는 직업을 가지길 원하셨을 텐데, 공부머리가 부족해서 디자인으로 합의를 봤고 패션디자인 학과에 진학했다. (웃음)
Q. 패션디자인을 공부하다가 회화/조각 작업으로 넘어가시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A. 학부시절 의류회사에 사무보조로 몇 달 일했는데 자아가 없어지는 느낌이었다. 옷 입는 것을 좋아해서 전공을 선택했는데, 옷을 만들고 파는 것과 자기가 좋아하는 옷을 입는 일은 많이 달랐다. 회의감을 느낄 무렵 때마침 복수 전공으로 회화과 유화를 시작했는데 이거다 싶었다. 유화 클래스를 듣다 보니 자연스레 미술사에도 관심이 커졌고 계속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지금까지 이르게 되었다.
Q. 작가님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선택이 모여서 나 자신이 된다는 말이 생각난다. 도전하는 태도가 너무 멋지다. (박수) 지금까지 작가로서 가장 기억나는 에피소드나 활동은 무엇인지
A. 아무래도 첫 개인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서구 미술사를 공부하면서 직접 그렸다. 공부하면서 역사 속에 나를 끼워서 증명해내고 싶었다. 그림을 예쁘게 그리지 못하는 편이라 아버지를 모델삼기도 하고, 자화상도 많이 그렸다. 대부분 입체주의 형식으로 여러 번 그려냈고 다각도로 관찰하여 표현을 한다거나 지나가던 동물을 파노라마로 찍어서 작업하기도 했다. 세종대학교 전시실에서 진행했는데, 공간이 커서 다양한 작업들을 전시할 수 있었고 사람들의 응원과 격려도 받았다. 그 기억 덕분에 작업을 꾸준히 이어가야겠다는 마음을 먹기도 했다.
역사 속에 나를 끼워
증명해내고 싶었다
지금은 석사 청구전을 준비하고 있다. 9월 20일(월)부터 24일(금)까지 세종대학교 내에 위치한 세종아트갤러리에서 진행한다. 제목은 ‘맹모삼천지교’다. 작업하면서 계속 나만의 조형언어를 찾으려고 노력중이다. 차근차근 열심히 준비하고 있으니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웃음)
조각에는 정면이 없다
Q. 듣던 중 반가운 전시 소식이다. 시간 잘 맞춰 꼭 관람하러 가겠다. 작가님이 생각하는 회화/조각 장르가 주는 매력은 어떤 점인지
A. 언어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을 선이나 물감으로 표현하는 것 자체가 굉장한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회화는 평면을 이용해서 관객을 다른 시공으로 이끈다는 점을 꼽을 수 있겠고, 조각은 보고 있으면 유쾌하거나 통쾌할 때가 있다. ‘조각에는 정면이 없다’는 유명한 말이 있다. 작품 주변을 돌면서 보고 있자면 물성 자체가 주는 힘이 느껴져 재밌다.
Q. 다른 시공을 이끈다는 말씀이 크게 와닿는다. 예술이 가진 힘은 어느 분야든지 일맥상통한 것 같다. 작가님이 영감을 얻는 방법이 궁금하다.
A. 영감을 따로 받는 곳은 없다. 길을 걷다 보이는 것들에 나를 이입하기도 하고, 아버지랑 싸우면 아버지 이야기도 쓴다. (웃음) 틀에 메이지 않고 자유로웠으면 한다. 근래에는 민들레에 흥미를 느껴 페인팅과 조각을 시작했다. 어느 날 노란 꽃들이 보이는데 죄다 민들레였다. 민들레를 보면 꽃봉오리는 노랗고 잎사귀는 지그재그인 모양이 조형적이었다. 민들레가 나는 선들과 공간성을 페인팅으로 취득하고 싶었고, 가녀린 풀들이 가진 조형성을 단단한 나뭇조각으로 풀어냈다. 채색했을 때 나오는 의외의 색채와 질감들을 포착하는 즐거운 작업이었다.
Q. 작가님 말씀에 일상적인 것들을 특별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중요하게 보인다. 광진구에 자리 잡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A. 대학교에 진학하면서 광진구에 살게 되었고 벌써 6년 차 주민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지역을 기반으로 모든 활동들이 시작되고 발전되고 있다. 불편한 점이 크게 없는 것도 좋다. 광진구가 은근히 교통도 좋고 있을 것도 다 있어서 살기 좋은 동네다. 가능하다면 지금 하고 있는 작업들과 공부를 이 동네에서 계속하고 싶다.
나는 광진구의 김지용이다
Q. 인터뷰에서 만나는 광진구 주민분들은 대부분 만족감이 높으셔서 저까지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웃음) 주제를 바꿔 ‘나는 광진구의 ○○○이다!’를 채워주신다면
A. 나는 광진구의 김지용이다. 이 표현이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다. (웃음) 다른 무엇이 나를 수식하게 만들고 싶지 않다. 적성에 맞는 분야를 찾아가며 계속해서 공부를 하고 자아를 확장시키고 있다. 이 모든 것은 오롯이 나로 살아가며 세상에 나를 내보이기 위함이라 생각한다. 결국 내가 되고 싶은 것은 잘났건 못났건 온전한 저라서 김지용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Q. 이 질문에 본인의 이름을 말씀 해주신 분은 처음이다. 많은 생각들을 하게 만드는 표현이다. 세상에 하나뿐인 김지용 작가를 항상 응원하겠다. 어느새 마지막 질문이다. 작가님의 활동 계획과 바라는 미래의 모습이 궁금하다.
A. 타 지역에는 구에서 지원하는 전시공간들이 더러 있다. 대안공간인 성북구에 미인도, 서초구에 서리풀아트갤러리 등과 같은 구립 미술관들 말이다. 뺏어올 수 는 없고, 굉장히 부럽다. (웃음) 세상이 그렇게 녹록지는 않아서 가능할까 싶은데, 지금보다 조금 더 성공한다면 언젠가 꼭 광진구에 전시공간을 운영하고 싶다.
좋은 세계관을 세상에 제시하는
작가가 되고 싶다
또, 좋은 세계관을 세상에 제시하는 작가가 되고 싶다. 그것이 어렵다면 일을 하거나 사람들을 가르치거나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사실 어렸을 땐 내가 가장 불행하고 열등한 줄 알고 사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돌이켜보니 내 인생에 나쁜 패는 없었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흘러가는 대로 주어진 일에 감사하며 살아가고 싶다.
글 이슬기 사진 느린나무 스튜디오
김지용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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