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옷장’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린다.
“누구나 멋질 권리가 있다”. ‘열린 옷장’은 옷장 속에 잠들어 있는 정장을 기증받아 공유함으로써 취업의 부담을 줄이고 청년을 응원하기 위해 시작한 비영리단체다.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을 응원하고, 취업 준비에 있어서 가장 필요하지만 비용적으로 부담이 되는 부분을 줄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다 2012년 정장을 대여해주는 공유 옷장을 시작하게 되었다.
광진구에 자리 잡은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처음에는 수원에서 시작했다. 10벌로 시작하여 20~30벌이 되다 보니 더 넓은 공간이 필요해 SNS를 통해 “행거 2~3개 정도 놓을 수 있는 공간을 공유해주세요!”라고 글을 올렸었다. 그때 현재 이 건물 4층에 있던 회사에서 직원 휴게실로 사용하던 공간을 선뜻 내어주어 광진구에 자리 잡게 되었다. 광진구, 그리고 건국대학교 주변으로 막상 와보니 청년들의 접근이 용이해 좋은 점이 많은 것 같다.
정장 수(?)를 통해 사업이 커지는 것이 시각적으로 느껴질 것 같다. 20벌에서 100벌, 100벌에서 200벌, 이렇게 말이다. 공유 옷장을 운영하며 느껴지는 변화가 있다면
처음에는 수익도 없고 이용하는 분들도 일주일에 1명 정도였다. 하지만 공유 옷장이 계속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유지하다 보니 대여하거나 기증하는 분들도 많아지고, 수익도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다. 가장 크게 느껴지는 변화는 정장 벌 수, 이용객 수가 늘어나는 것, 그리고 공간이 커지는 것이다. 옷장이기 때문에 탈의실, 기증받은 2,000 여벌의 옷을 정리할 곳 등 많은 공간이 필요한데, 지난 6년간 조금씩 발전하여 현재는 이 건물의 130평 정도의 공간을 사용하고 있다. 또한 일주일에 1명에서 100명 정도였던 이용자 수가 이제는 하루에 80명~90명 정도로 늘어났다. 처음에는 자원봉사처럼 이 곳에서 일했으나 현재는 15명이나 되는 직원들이 함께 일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사회적인 책임감도 함께 커지는 것 같다.
현재 열린옷장에서 진행하고 있는 활동들이 궁금하다.
우선 기본 활동으로 ‘공유 옷장’ 사업이 있다. 정장을 유로로 대여해주는 사업으로 보관과 세탁할 수 있는 비용 정도만 받고 있다. 정장 대여 사업을 통해 발생한 수익은 지속 가능한 운영과 진화하는 서비스, 그리고 응원이 필요한 청년을 위한 여러 나눔 사업에 사용된다. 이 나눔 사업의 경우에는 시작한 지 2년 정도 되었다.
또한 취업 준비생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매주 목요일 증명사진을 촬영하는 ‘열린 사진관’과 청년들을 위한 ‘무료 법률 상담’ 그리고 ‘자신감 컨설팅’ 등이 있다. ‘자신감 컨설팅’의 경우 계속되는 면접으로 자신감이 떨어지고 있는 취업 준비생을 위해 면접 노하우, 상담, 스타일링 등을 전문가와 함께 제안해 주는 프로그램이다. 또한 남들에게 어떻게 보이는지 궁금하고, 고민되는 분들을 위한 스타일링 교육, ‘세븐윙즈 프로젝트’도 진행한 바 있다. 반응도 좋고, 추가 요구가 많아 앞으로도 계속 진행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공강 시간 교내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 비용을 식권으로 받아 어려운 학생들에게 나눠주는 ‘십시일밥’이라는 활동이 있는데, 그곳에 매월 식권을 기부하고 있다. 현재는 매달 수익을 일방적으로 기부하고 있지만, 기증자 중 재능을 기부하고자 하는 분들과 함께하는 ‘기증자와의 한 끼’ 프로젝트도 기획하고 있다.
정장 대여 활동 외에도 정말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는 것 같다. 취업 준비생을 위한 프로그램도 많고. 아무래도 옷이다 보니 직접 입어봐야 빌릴 수 있어 주변에 있는 분들이 자주 이용하실 것 같다. 주로 어떤 사람들이 방문하는지
맞다. 주로 가까운 곳에 있는 분들이 방문해 주신다. 하지만 앞으로 먼 곳에 계신 분들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택배 서비스이다. 직접 옷을 입어보지 않고도 사이즈를 잘 맞출 수 있는 방법도 연구 중인데, 그동안 ‘열린 옷장’을 이용한 10만 명의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프로그램을 제작 중이다.
주변을 둘러보니 편지들이 많이 있는 것 같다. 누구의 편지인지 궁금하다.
편지는 기증자가 정장을 기증할 때, 옷에 담긴 이야기와 응원을 담은 것이다. 옷을 대여하면 그 속에 담긴 이야기도 함께 전달되는 것이다. 옷을 대여했던 분들 또한 합격하면 또 다른 기증을 하고, 기증자에게 받은 메시지에 답장을 보낸다. 답장을 받는 기증자가 또 다시 안 입는 옷을 기증하는 선순환 역할을 하는 편지라고 할 수 있다.
많은 활동을 하고 계시지만, 앞으로 더 해보고 싶은 일들이 있다면?
요즘 ‘열린 옷장’만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다. ‘열린 옷장’은 기증자가 있기에 존재 가능했지만, ‘열린 옷장’에서 기증자들의 저력을 아직까지 100% 활용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기증자들의 저력, 그리고 에너지를 표출할 수 있는 나눔의 장을 열어보고 싶다.
어느새 마지막 질문이다. 광진구, 더 나아가 미래에 어떤 모습으로 자리 잡고 싶은지
‘누구나 멋질 권리가 있다’라는 캐치프레이즈에서 꿈을 이야기한다면 ‘누구나’에 방점을 찍고 싶다. ‘열린 옷장’을 운영하면서 많지는 않았지만 몇몇 분들이 맞는 옷이 없어 그냥 돌아갈 때 가장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 누가 와도 맞는 옷을 갖추자 라는 목표가 생겼다. 어떤 체형을 가진 사람이든 주눅 들지 않고 멋지게 보일 수 있게 말이다.
사실 먼 미래에 대한 큰 꿈은 없다. ‘열린 옷장’이 걸어온 길을 보면 한 발, 한 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그리고 당장 내일 해야 할 일을 준비하며 오늘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오늘 하루 다림질하고 준비하는 것, 작은 일이지만 여기서 최선을 다하는 것, 큰 꿈을 보는 것이 아닌 오늘에 완벽해지는 것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큰 비전이라 할 것이 없어 아쉽지만 이것이 ‘열린 옷장’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열린옷장’은 2011년 3명의 직장인들이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청년들을 응원하고자 시작하여,
현재의 비영리 사단 법인으로 발전되었습니다. 기증받은 정장을 되살려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대여하고, 그 수익을 다양한 청년 응원사업을 통해 환원함으로써 ‘누구나 멋질 권리가 있다’는 모토를 실현하고 있습니다.
∙ 주소 : 서울시 광진구 아차산로 213, 502호 (화양동, 웅진빌딩)
∙ 홈페이지 : https://theopenclose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