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풀리나 싶더니만, 다시 추워진다
아침 출근하려 현관문을 나서니 집앞 편백나무 가지위로 고드름이 주렁 주렁
다른 겨울에도 보이지 않던 고드름을 대해본다
날이 춥다해도 마당의 능수매화는 날씨야 어찌되든 몽우리가 더 커져가는 것을 보면
춥다해도 계절은 가고 있나보다
모든 것들은 다 지나간다
물이 흘러 강이 되고 바다로 흘러 들 듯이 지나간다
부모로서의 삶은 바다일까?
어디까지 담을 수 있을까?
금년엔 광양 홍매화를 꼭 보러 가고자한다
창가에 앉아 따스한 차 한잔을 손바닥에 감싸고 바라보는 홍매화라면
아마도 흘러 들어오는 강물이 어떠하든 받아 들일 공간을 또 만들어주지 않을까?
'언젠간 가겠지 푸르른 이 청춘
지고 또 피는 꽃잎처럼
달밝은 밤이면 창가에 흐르는
내 젊은 연가가 구슬퍼
가고 없는 날들을 잡으려 잡으려
빈손짓에 슬퍼지면
차라리 보내야지 돌아서야지
그렇게 세월은 가는거야
......'
내 기억이 맞다면 중학교 시절 한 라디오 프로를 진행하던 산울림의 김창완이 스스로 부른 해당 프로의 오프닝 송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나즈막하게 읍조리듯이 부르던 노래, 산울림의 노래중 지금의 세대에게도 낯설지 않은 곡중 대표적인게 아닐런지
언젠간 갈거라는 그 청춘이 저물어 가는 나이가 되가나보다
맘은 한라산을 오르고, 칼바람이 살에 꽂히던 소백산을 다시 오르지만 몸은 따르지를 못하는 걸 보면
그 간 너무 내 몸에 관심을 두지 않으며 시간을 보내버린 듯
야간 산행이 즐거웠고
겨울 눈에 덮힌 산을 즐겨 오르고는 했었는데
이젠 창가에 앉아 흐르는 연가를 듣는게 더 편해져 버렸으니
시간
세월이 지난 만큼 보내고, 또 미련없이 돌아서며 다른 시간들을
맞이해야 하건만 아직은 어정쩡한 발걸음을 하고 있나보다
눈이 오고, 날이 추워지니 소백산 정상의 칼바람이 그리워진다
매년 1월 1일이면 1년에 단 하루 오픈되어지는 한라산의 야간산행이 그리워진다
무릎위까지 빠지는 눈길을 어둠속에 걸어 맞이하던 백록담의 아침
햇살이 뜨면서 어둠속에 갖혀있던 설경이 한 순간 반짝이며 드러날 때는 현실감을 잃은 동화속의 나라와도 같았고, 그 눈밭에 크게 대자로 드러 누워 바라보던 하늘은 온통 내 것인양 좋았었는데
많은 것들이 그리 길지도 않았던 시간이었건만 지나가고 있고, 또 지나갔다
죽으면 지겹게 잘 잠이라며 2-3시간도 제대로 자지 않으며 지냈던 20-30대의 시간들
오십에서도 반이상을 지나 넘어가면서 돌아보면 내 몸에 미안함이 더해진다
조금만 더 몸이 하는 말에 귀를 기울여 줄 것을
그래도, 지나간 시간들에 대해서 생각해보니
어쩌면 빈손인 것이 더 홀가분한 것인지도
빈 손이니 흘러 들어오는 강물을 받아 들여줄 공백, 여백이 더 많은 것이리라 생각해보련다
쥐고 놓지 않으려 발버둥치고, 빼앗으려는 모습을 지겹게 보아왔지만
뒤 돌아 그 들의 모습을 보지 않고 있으니 마음은 더 평온해진다
오늘도 친구 하나가 진료실을 찾아 허허로운 소리로 서로 낄낄거리다
오전의 적지 않은 시간을 보냈다
시간을 내서 이태리를 가자한다
아니, 남미도 가고 아프리카도 가자한다
그렇게 또 서로 웃으며 아침의 몇 시간을 지나가게 하나보다
광양의 홍매화는 어떠할까?
맘편한 찻집과 창가가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