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풍

by 고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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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과시절 가장 들어가기 싫었던 수업중 하나가 의료윤리과목

현실과는 조금은 많이 다른 이야기들

다른 과목은 이해를 해야했지만, 해당과목은 암기를 해야만 했었던 기억이 난다

본인은 그렇게 사셨을까?

명함만 30개에 달하는 너무도 유명하시다고 스스로가 말하시는 그 분은

아주 나중 한 방송국 예능프로에서 스타가 되시기도 하셨다

기회가 된다면, 아니 기회가 있었다면

선배 닥터로서 후배들에게 그렇듯이 자신있게 윤리에 대해 말할 자신이 있으셨을까 여쭈고 싶었었는데

독설가라면 아마도 몇 순위에 들지 않을까?

말을 꼬고 꼬고 어려운 단어만 이어서 문장을 만들고

다 읽고 나서 돌아보면 그냥 이 얘길 하려했구만 하는 말도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서였을까?

참 어렵게 하곤 했던, 쇼펜하우어

아마도 알려진 철학자중 가장 독설가중 한 분이 아닐까?

재미난 것은 타인이 아닌 스스로가 본인을 칸트를 가장 잘 이해하고

후세에 그의 사상을 가장 옳고 바르게 전하는 애제자라 했음이다

어려운 것을 수학이론을 바탕으로 쉽게 설명하려 애를 썼던 칸트의 해석을

다시 어렵게만 돌려놓아버린 그 쇼펜하우어가 예전엔 참 싫었었다

이것도 나이 탓일까?

나이가 들어 가며 다시 접한 그의 몇 문장이 다시 다가온다

그럼에도 그의 책을 다시 읽을 힘, 자신은 아직은 안생긴다

그의 책을 읽으려면 우선 체력이 따라주어야한다

생긴것도 아주 고약하게만 생겨서 전한 말들도 들으면 꼬일 데로 꼬인 말들

쉬운 단어도 그리 어려운 단어를 찾아 문장속에 담아넣을 수 있었을까?

그가 말한 죽음

모든 인간은 죽는다는 너무도 당연한 말속에 이 형이학적인 자연현상에 대한 인간으로서의 고찰을 논한다

다른 어떤 존재보다 죽음에 대한 더 심한 불안감을 가지고 살아가지만, 살아있는 동안의 시간에 대한 의미 내 뜻한 바와 내 삶이 얼마나 비슷했던가?

생각하는 동물, 재미난 건 그는 죽음은 인간에게 죽음을 주지만 동시에 삶에 대한 가치와 통찰의 기회도 준다말한다. 죽음에 대한 불안감속에서 이 불안감을 극복하려 인간은 좀 더 그 끝이 인간다워짐에 가까워질 기회를 얻는다고

쇼펜하우어는 자살에 대해 부정적이다

죽음에 대한 불안감을 가지지 못한채 스스로를 돌아보고, 다시 인간적이게 될 기회를 스스로 뺐는 것에 대해 질타를 한다.

장길산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 길위에서 장길산의 탯줄을 끊어주어 아버지와 아들의 인연으로 평생을 살아간 장충은 관군에 둘러 쌓인 채 머물던 초가에 불을 질러 마지막 춤을 추며 한 세상 잘 놀다 갑니다 노래를 한다. 언젠가, 좀 시간이 흐른 듯 싶다. 할아버지를 떠나보낸 할머니, 항상 꽃보타리에 무언가를 무겁게 가득 싸서 다니신다. 자식들이 대신 들어준다해도, 무엇이 들었는가를 물어도 답없던 할머니는 어느 날 봄 꽃들이 흩날리던 강가에 서서 꽃보타리를 허리에 묶고 할아범 소풍갑시다 하며 스스로 할아버지 곁으로 가신다

광양

매화마을

시절 덕분인지 사람이 없어 호사를 누볐다

평소 같았다면 꽃보다 사람이 많았을 텐데, 산을 덮은 매화들

그 속 사이 사이의 집들

아내가 저 곳에 사시는 분들은 어떤 마음일까를 혼자말 하듯이 묻는다

아주 작은 방을 가진 집

하지만, 마당은 좀 넓은 집

그리고, 그 마당엔 나무도 많았으면 좋겠다

여전히 쇼펜하우어는 싫다

죽음에 대한 불안감을 밑바탕하여 내 인생을 돌아보며 다시 인간적으로 돌아가야만 한다함은, 내 그 동안 살아온 것에 대한 협박아닌가? 그냥, 나 스스로 내가 돌아보며 나를 평하는 능력이 인간에겐 부족한 것일까? 죽음이란 불안감이 지난 시간을 돌아보게 해 줄까? 이 또한 너무 순진한 건 아닐까?

하긴

내 그의 책을 읽어 봤자 몇권이나 읽어 보았겠는가?

내 그가 하고자 하는 말들을 고작 내 머리 수준으로 얼마나 이해를 했겠나?

난 고작 의생에 불과한 것을

어제 몇몇 의료계 선배분들과의 대화

우리가 맞게 배웠던 것일까?

잘 모르겠다

한 사람의 생명을 좌우할 정도의 힘을 가진 마스크의 존재감이 부럽기도 하다

내 아아무리 소리질러도 미친놈 소리밖에 안듣건만 나보다 훨 더 존재감이 강한 마스크님 존경합니다.

꽃이 날린다

난 꽃구경이나 해야겠다

그러고 보니 쭈꾸미 철이다

쭈꾸미나 먹으러 가야겠다

뜻 하지 않게 올 봄엔 소풍을 나다니게 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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