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책보다
그의 삶이 더 부러운 작가가 한 사람있다
그리 잘 찍지 않은 사진 한 장속에 담겨지는 글들
때론 시를 쓰고, 산문집을 내고,
거리와 차안에서 접하는 자연스런 사진에 이야기를 담아 여행기를 내고
내가 하고 싶었던 것들을 현실에서 다 해 버린 사람
이병률
언젠가 KBS라디오 당신의 밤과 음악이라는 프로에서 고정적으로 시 한편씩을
진행자가 들려주곤 했었을 때,
이병률을 시인이라 불렀다
제주도에 사는 시인 이병률, 오늘의 시를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들려줄 때면
맘이 편해지곤 했었는데
어제 이병률의 새로운 시집 한 권이 도착했다
'..............
나는 그 벽 뒤에 살았습니다
잠시라 믿고도 살고 오래라 믿고도 살았습니다
굳을 만하면 받치고 굳을 만하면 받치는 등위의
일이 내 소관이 아니란 것 비로서 알게 됐을 때
마음의 뼈는 금이 가고
천장마저 헐었는데
문득 처음처럼 심장은 뛰고 내 목덜미에선 난데없이 여름 냄새가 풍겼습니다'
출근해서 읽은 첫 문장이 오전 내내 맴돈다
잠시라 믿고도 살고
오래라 믿고도 살았다는 말
벽뒤에서 시간을 잊은 채 받은 상처가 굳을 만하면 다시 뜯어져 피가 나는 시간들
어쩌면 모두의 삶이 그러했겠지만, 난 다른 사람의 삶을 모르기에 내 삶만을 돌아본다
치과치료를 받을 때면 나이에 무관하게 두렵다
얼굴을 덮어 보이지 않은 채 내 입안에서 들려오는 기계음과 뼈가 타는 냄새
눈을 떠 보면 실로 보잘 것없는 크기건만 입안에서 맴도는 기계의 크기는
마치 조금만 움직여도 내 입전체를 다 헐어 놓을 듯이 두려움을 준다
그 시간을
잠시라 믿으려해도
오래라 받아 들여진다
통증의 시간은 그런건가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벽안에 갖혀진 시간들 속의 통증과 공포
세상에 금줄들이 쳐져가고 있다
금줄로 세상속의 부정(不淨)을 막을 수 있을까?
하루 2-3분의 내원에 걱정어림에 대한 답이 아닌
같은 걱정을 나누는게 출근의 이유가 되 버린 일상
이번 주엔 바다가 보고 싶다
날개라도 있다면 바다위를 한 번 원없이 날라보고 싶다
금줄 너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