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져 겹쳐진 시간

by 고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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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져 내리는 시간들이 빨라지는건

나만이 나이떄문에 느끼는 건 아닐지도 모르겠다

거리위에 다른 계절들이 서로 섞여있다

미쳐 하나의 계절이 다 지나가 버리기도 전에 다음 계절이 그 위로 쌓여간다

출근길

이번주는 주초부터 청계산변을 돌아 여의천가를 거쳐서 돌아 나온다

하루 하루 피어지는 매화와 목련의 모습들이 새롭다

어제부터는 영자꽃도 붉게 그 몽우리를 열더니 제법 꽃잎을 펼치려한다

조급했던 목련 몇몇은 그 꽃잎들을 떨구고 있고

목련에 대한 생각이 조금씩 달라져간다

예전엔 목련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었다

피어서의 화려함도 잠시

겨우내 그 꽃몽우리를 감싸고 있던 쌍자엽 식물이 날이 따스해지면

감싸고 있던 보송 보송하던 그 껍질을 천천히가 아닌

어느 하루 밤사이 한 순간에 벗으면서

멀리서도 쉽게 저기 목련이 있음을 알려주게끔 활짝 화려하게 피어난다

그 피어남의 빠름만큼 하나 둘 꽃잎이 떨어짐도 빠르다

목련은 꽃이 아닌 꽃잎이 진다

그 어느 꽃보다 높은 나무에서 화려함을 보여주지만

바로 뒤이어 하나 둘 꽃잎을 떨어뜨리며 초라하게 나무가지에 버티고 있는 목련의 모습

난 그게 싫었었다.

떨어져 땅에 뒹구는 얇은 꽃잎

나무가지에 그 모습을 잃은채 남아 버티고 있는 꽃잎

적어도 내게 있어 목련의 시간은 너무도 빨른 듯이 여겨졌었는데

지금와 생각해보니

그게 어디 목련뿐이랴

눈이 많던 한 계절

그 해는 아마도 3월에도 폭설이 내렸던 듯하다

눈위에 떨어진 지난 겨울을 나무가지에서 버티다 떨어진 잎위로 떨어져 있던

목련꽃잎들이 아침 출근길 눈에 밟힌다

미쳐 가지 전에 와야만 했던 시간들

미쳐 가지 못함도

가는 것을 기다려 주지 못함도

아마도 서로 만나 반가움보다는 미안함이 더 많지 않을까?

지난 겨울이 덜 추워서일까?

유난히도 이번 계절은 조금은 더 길게 느껴진다

지루했던 봄은 기억상 없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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