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간다

by 고시환
궁남지.jpg
DSC06545.jpg

근 20여년만에 미국에서 들어온 친구

고등학교 2학년시절의 짝이다

2010년초반

그 때는 땅을 일구고 싶은 욕심에 퇴촌에 집과 땅을 빌려 머물던 시절

친구 몇이 모여 간단한 바베큐자리를 하던차에

문을 들어서며 격하게 안으며 얼굴에 뽀뽀를 해대는 친구

명색이 공수부대출신인대 성정체성이 이상해졌나 하며 다른 친구들이 바라보았지만

20여년의 시간을 메우려는 듯이 끌어안고 있어 주던 친구

친구의 사전적 의미는 친하게 오래 함께 지낸 사람을 말한다 하나

그 오래 함께의 의미속에는 공간이나 만남의 횟수는 들어가 있지 않은가 보다

어젠 그 친구와 퇴근시간에 돌연히 찾아든 주신 (酒神)에 메시지를 넣으니

달려와준 친구와의 막걸리 한 잔

세상사 뭐 있겠는가?

그 시간만큼은 그냥 근심이란 단어 잊고 옛 시절로 돌아가 버려지니

눈이 어느 곳을 향하든

희고, 노랗고, 붉은 꽃들이 현란하다

파릇하게 돋아나기 시작한 연하디 연하게 새로이 팔을 펼치려는 가지와 잎들이

현란한 꽃들 속에서 수즙은 듯 올라온다

아마도 바람 한 번

비 한 번 내리고 나면

공원의 흰 벛꽃들은 거리를 하얗게 덮겠지

노란 개나리도 조금 지나면 푸르잎들에 그 자리를 양보하고

계절이 바뀌어 갈텐데

유독 올 한 해의 시간의 흐름은 어색하게 흘러간다

주문한 시집 한 권이 평소라면 하루면 오던 것이 이틀만에 들어왔다

당일 배송

새벽배송

유머러스한 말로 경운기 한 대가 천천히 농로위를 지나자 뒤의 자동차가 경적을 울려댄다

경운기를 모는 농부 왈(曰)

'그리 급하면 어제 오지~~~~

그러한가보다

언젠가 부터 나 부터가 인식을 못한 채로 조급해져 가고만 있던건 아닌지

당일 배송을 꼭 해야하나?

하루, 반나절만 늦을 수 있으면 도로위 지킬 것 지키며 가져다 줄 수 있을텐데

새벽배송이 필요한 물건이면 그 전날 저녁 장 한번 보면 한 밤을 잠 못이루며

도로를 달려만하는 누군가는 없어도 될 텐데

하긴 밤과 낮을 거꾸로 살아 가야한다해도 일자리의 창출 한 부분일까?

그러고 보면 대한민국에서 가장 저렴한 건 사람의 시간과 노동, 지식인 듯

아내가 거의 대부분의 주말이면 주중 주변 분들과 다녀 오고는 했던

브런치 카페를 구경시켜주며 맛보여준다 데려가 준다

차로 급이 급이 들어가다 이런 곳에 있을까 싶다

나타나는 주변과는 다소 잘 어울리지 않는 카페 하나

그 앞엔 적지 않은 사람들, 떄론 대기에 놀라고 들어가 커피가격과 케익가격에 두 번 더 놀라게 된다

1주간 진료실안에서의 진료비와 비교 아닌 비교를 하며 씁쓸해진다

'아직 희망이 남아 있던가

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하염없이 진다

저 꽃들은

이제 꽃을 지운 자리마다 조그만 열매를 매달기 위해

햇살과 물과 바람을 몸통에 비벼 넣겠지

그렇게 봄이 간다

..............

바람에 날리는 꽃들, 우우 운다'

정 한용 시인의 시중 하나 '봄이 간다'의 마지막 구절 바람에 꽃들이 우우 운다

집앞 흐드러지게 핀 벛꽃을 보며 다행하게도 어제 밤엔 바람이 적었구나

그래도, 적게 울었나보다

매거진의 이전글본능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