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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홍 관모, 푸른 뒷발톱이 빼어나구나
달 속 옥토끼를 놀라게 하여
흰 빛 스르르 감추게 하고
...... '
김삿갓, 김병영이 어느 고을인가를 지나다 맞은 새벽에 읅었을 듯한 시의 한 구절이다
영월군 태백산 기슭에 잠들어 있다 하는 김삿갓
그의 삶은 방랑이었다 하지만, 웬지 붙박이 삶의 나는 그가 부럽기만 하다
아버지도 아닌, 알지 못하는 할아버지를 나라의 녹을 먹게될 관리의
자리를 논하는 과거장에서 쓴 비난의 글로 얻은 벼슬에 부끄러움을 느낄 수 있었던
그의 심성이 지금 어느 누구에게 전해져오고 있을까?
부끄러움
장닭, 숫탉 한 마리는 여럿의 무리를 이끌 수 있다한다
삼성의 이병철회장은 이 숫탉의 정신으로 기업을 이끌려 했다던가?
부끄러움을 모른다면 아마도 무리를 이끌 수 있는 숫탉의 자리에 오를 수 있을까?
경기도 광주에 몇년 머물며 닭장을 지어 닭 십여마리와 함께 했었다
암닭에 한 마리의 숫탉이라 듣고 들여온 병아리들이었지만,
자라며 보니 숫탉이 두 마리
둘은 결국 함께 하지 못하고 여러 차례의 자리 다툼끝에 결국 한 마리는
수탉이면서도 암탉의 무리 뒤에 움크리며 하루를 보내기는 신세가 되버렸다
오전 중 회화나무를 알아보려 가던중
길목에 두부집이 눈에 띄었다
평소 다니지 않던 길이라 반가움에 집으로 돌아와 아내와 딸과 함께 점심을 먹으러 가보니
새로 생긴지 6일된 집, 오픈된 주방엔 두부를 만드는 모습이 그대로 보인다
어릴 적
시골에서 자라며 집의 마당에 콩을 심곤 했었다
콩은 재미나게도 하나를 심었건만 맺은 건 그 몇배를 돌려준다
사람은?
식당 앞의 공터엔 허수름하지만 닭장이 하나 지어져 있어 유심히 보니
숫탉하나에 암탉 네마리, 거기에 병아리가 네마리
아마도 엄마인지 암탉 하나만을 쫒아 종종 따라다니는 병아지들
암닭은 연신 땅을 발로 파고 옆으로 옮기는 걸 보면
병아리들에게 먹을 것을 찾아 먹는 법을 가르치나보다
숫탉은 바라보는 나를 경계하며 무리를 지켜보고 있다
'싸울 때는 노기 등등 불꽃 튀는 눈동자
큰 소리로 북치듯 활개로 바람을 일으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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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높여 세상 모범이 되고
먼 옛날 도도산 꼭대기에서
세상 향해 울었던 영물이여'
김삿갓이 노래한 장닭의 뒷부분이다
세상 향해 울부 짓을 수 있는 자격, 권리를 가진 숫탉이
얼마나 될까?
적어도 난 아닌 듯 싶다
자유로이 노니는 너희들이 부럽다
적어도 지금 이 자리, 이 시절, 이 시간엔
사온 옥잠화 몇송이를 반 항아리에 물을 채워 넣고 남은 일요일의 시간 막걸리 한 잔 생각에 잠겨볼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