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보다 먼저
바람에 불려 가는 그대여
잘 가거라
길 가다 온몸 아려오면
그대 스친 줄 알리'
신대철 시인의 시 바람불이의 일부다
한 순간이다. 모든 것들이
어제 보이던 홀씨의 뭉치가 오늘 보면 그 대만이 남아 땅을 지키고 있다
세상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하루 하루가 풀려가고 있다
좋은 모습이면 좋으련만
하루 아침에 바람에 날려 가는 홀씨처럼
세상이 평온해지면 좋으련만
직업병일까?
거리에 보이는 변화의 서두름이 염려가 더 앞서 보이는 것은
경고를 받고도 다시 예전 그대로의 모습으로 돌아간다면
아마도 그 경고는 더 강해진 힘으로 자신을 보여줄 지도
아니, 그래왔었다
신종플루에서 메르스로, 다시 코로나-19로 넘어오면서 사회적 공포감은
더 커지고 넓어졌다
작은 것에 너무 큰 두려움도 옳지 못하다
두려움에 대한 잊음의 반복도 진료실에서 접함에 안타깝고
민들레의 홀씨들은 바람에 저항없이 어디론가 떠난다
그럴 수 있다면
내 어딜 갈 것인가 나 자신도 모른채
바람에 이끌려 자유로이 날아 어딘가로 갈 수 있다면
사각 작은 진료실안에서의 30여년 시간들
어쩌면 나야 땅위에 뿌리잡혀 붙어 있으며 그 자리를 떠날 수 없다해도
홀씨들을 훌훌 바람에 맞겨 보낼 수 있는 민들레가 부럽기도
오전 진료가 없는 월요일 오전
불꺼진 어두운 진료실
창 밖 찻소리만 들려오는 진료실이 편하다
이 공간엔 오로지 나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