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에서 골목으로
거기 조그만 주막집
할머니 한 잔 더 주세요
..........'
술 한잔 취기에 수면제 한 알입에 넣고
침대에 누워 천상병시인의 글 몇자를 보다 잠이 들었나보다
어젠 그러다 아마도 방에 불을 끄는 것을 잊은채
취기속 잠에 빠져 버린 듯
습관처럼 2시간여마다의 깨어남이 아니었으면 아침까지도
방은 불이 밝혀져 있었을 듯 싶다
천 상병시인이 노래하던 시 '주막에서'속 할머니의 한 잔
그는 또 다른 시에서
자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 노래를 했었다
아내가 있어 찻집을 하니 돈 벌지 않아 행복하고
아내가 막걸리 술 값 잊지 않아주어 행복하고
자식이 없어 걱정거리가 없으니 행복하고
시를 쓰니 명예로워 행복하고
전체 문구나 글의 순서는 다르지만 그러한 행복을 느끼던
묘하게 찌그러진 웃음기의 천 시인얼굴을 흉내낼 수 있는 자 있을까?
하긴, 그 찌그러짐도 세상이 만들어 놓은 것이지만 그래도 그는 웃는다
오랜만에 함께한 지인들
선배와 동기몇몇과의 술자리
이젠 많은 잔이 아니어도 취기를 느끼니
천 시인의 말을 빌린다면
작은 것으로 취할 수 있어 행복하다 하고 싶다
돈 많아 무겁게 살아가지 않아도 되니 행복하고
모임에 나가지 않으니 보고프다 찾아주는 지인있으니 행복하고
어제의 취기를 덮어줄 따스한 국밥 한 그릇이 있다면 더 행복할텐데
아마도 바램을 가질 수 있는 하나를 남겨둘 수 있는 것도 행복한 것일지 모르겠다
바람이 많은 날이다
그제의 비
어제의 따스함
오늘의 바람
내일은 또 어떤 변덕을 보일지 모르기에 계절이 봄이 맞나보다
조용한 진료실
헌 책방이 있으면 그 안에 앉아 종이내음을 맞아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