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명동 성당에서 남산 1호터널방향으로 가다 보면 창고극장이란 소극장이 있었다
대학시절
그 때는 왜 그리도 돈이란게 없었을까?
청계천 헌책방거리엔 주인대신 앉아 가게를 지켜주며 책보는 단골 책방도 있었는데
경복궁앞 프랑스문화원에서는 몇백원에 영화를 볼 수 있었다
그 때 본 영화중 가장 기억에 나는 건 '금지된 장난'
오랜 시간이 지났어도 문화원을 들어서던 입구와 영화의 부분 부분이 떠오른다
할 줄 아는 것도 없던 내게 주어진
의대생활을 견딜 수 있었던 탈출구라면 이 정도가 다 였던 듯
어느 정도 주머니에 현금이 쥐어지거나
선배를 만나면 창고극장을 종종가고는 했었다
연극도 유행을 타는지 그시절엔 주로 부조리극들이 무대에 자주 올랐었다
창고극장 옆의 작은 주점 '섬'
정말 작았었다
일행이 있든 없든 빈 자리에 서로 섞여 앉아 한잔들 하며
어줍잖게 연극대사나 시를 논하며 떠들던 시절
아마도 가장 많이 올려진 이름은 기형도와 신동엽시인이 아니었던가 싶기도 하고
그 때는 그래도 돈보다 꿈이 더 우선이었는데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는 어리섞은 생각을 하기 시작한건 언제부터일까?
그 돈은 내게서 오히려 꿈을 빼앗아 갔고,
시간과 함께 내 자신으로 부터 나를 잃게 했건만
종이위 일기장에 쓰던 글들을 근 한 달가까이 안쓰고 있다
글이 더 나를 아프게 하기에
못그리는 그림이 오히려 맘이 편하다
잘 그리려 애 쓰려하던 것도 이젠 사라졌다
그냥 그린다
쉼없이 달려온 시간들이지만, 이젠 지난 날 처럼 달릴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질 때가 되가나보다
언젠가 부터 사진의 자리를 그림이 대신하고
일기장의 글들이 옮겨지고 있나보다
창고극장은 아직 남아 있을까?
대학시절로 돌아가면 다시 꿈을 꿀 수 있을까?
추억은 미련하기만 했던 내 삶을 비웃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