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그 이름과 기억들로 인해
의미가 주어지기도 한다
정동길
한 때는 자주 걷던 길
저 길 끝에는 경향신문사가 있고
이 쪽 길끝으로는 덕수궁 돌담길이 이어진다
참 오랜만에 찾은 정동길의 한 쪽 벽면에
이영훈 작곡가의 12주기 공연에 대한 포스터가 걸려져 있다.
고등학교 4년? 5년? 선배
아주 오래전 2000년초반 한 분의 소개로 이영훈작곡가와
당시엔 주목받던 감독의 한 사람 이규형 감독과 함께 먹었던 추어탕집
정동길의 한 골목안에 아직 그 추어탕집이 남아 있다
함께들 점심을 먹을 때
어지럽게 식당 입구에 널려있던 신발들
그 신발 주인 중 한 사람들이였던 이영훈 작곡가나 이규형감독 모두가
벌써 이른 나이에들 쉼의 시간들에 들어간 것을 생각하면
이 거리의 단정해짐과 변화가 그렇게 이상하게 여겨지지만은 않는다
골목 안 이곳 저곳들엔 옛 모습 몇몇이 남아도 있지만
많이 깨끗해지고, 정리 정돈되어지고, 세련된 카페와 빵집들이 들어선 거리
기억난다
겨울 눈내린 그 오후에 눈에 발자국을 가지런하게 내며
경향신문사에 원고를 넘겨주고 가까이 지내던 기자분과 덕수궁까지 걸었었는데
그 분도 많이 변하셨겠지
많은게 변해가지만
그 중 가장 변한 건 아마도 나 본인일지도
세상에서 가장 나를 모르는게 바로 나라 하니
아내가 말한다
오랜 고생끝에 이젠 스타가 되어 연일 방송에서 얼굴을 보이는 것도 부족했던지
거리 빌딩위 커다란 광고판에 미소 머금은 얼굴을 보여주는 한 트롯트 가수
그는 몇 년간 꼭 1억을 모으겠다고 스스로에게 약속을 했었다한다
긍정의 마음으로 힘든 시간을 살아온 그의 성공은 어느 순간의 운이 아닐거라며
내게 된다, 될거다, 되게 할거다 하는 긍정의 마음으로
나 자신을 너무 괴롭히며 살아가지 말라 충고를 주는 아내
아마도, 이번 바이러스와 이것 저것의 문제로 다소 마음이 무거워져 있는
내가 다소 힘들어 보였나보다
오랜만의 정동 나들이도 좋고, 파스타와 피자도 맛났지만
인심 넉넉한 주인의 말 한 마디만으로도 오늘 하루는 충분한
쉼을 내게 준 듯하다
그 간 잊어왔던 몇 사람에 대한 기억도 다시 내 안에 안겨주면서
눈이
폭설이 내리면 정동길을 다시 꼭 걸어봐야겠다
아니, 눈이 아니어도
비가
아주 많은 비가 내려 우산도 의미가 없는 그런 날이어도
나쁘지는 않을 듯하다
내겐 한 참 바쁜 시절
하루에 몇시간이 아닌, 1주에 몇시간을 잤는가를 논하던 시절
책을 쓰고, 박사학위를 따고, 방송에 신문의 칼럼에, 병원일에 참 여러일들을
하나라도 놓치고 싶지 않은 욕심에 나를 나 스스로 동동거리게 하던 그 시절
쉼을 주었던 몇 곳 중 하나가 바로 정동길이었는데
그 때의 그 사람들을 다시 한 번 볼 수 있으면 좋으련만
가슴 설레임이란 지난 날의 기억만으로도 만들어지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