쉴 곳

by 고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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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에게는 쉬어갈 곳이 필요합니다.

어느 한 시간, 푹 젖어 있는 마음을 말리거나

세상의 어지러운 속도를 잠시 꼭 잡아 매두기 위해서는 그래야합니다.

하루를 정리하는 어느 시간의 모퉁이에서

잠시만이라도 앉아 있을 수 있다면

그곳은 천국이겠지요

천국 별거 있나요'

시인이자 여행작가, 산문집들에 편한 사진과 함께 글들을 참 쉽게 쓰는

물론, 작가 본인은 어떠할 지 모르지만

접하는 입장에서의 느낌은 편함을 주는 이병률 작가의

여행 산문집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의 한 문장이다

내게도 그러한 쉼의 시간과 장소, 대상이 있다면

아마도 연잎이 아닐까 싶다

연꽃이 피면 이 땅 이 곳 저 곳에서 축제를 하지만

연꽃보다 연잎이 주는 편안함이 나를 이끄는 힘이 더 강한가보다

지난 해 커다란 고무통속에 흙을 밑에 깔고

사실, 논밭의 진흙을 구했어야하지만

그러지 못해 그냥 일반 화분의 흙을 담았기에 겨울을 날 수 있을까 걱정했지만

조금씩 그 모습을 보이기 보다

어느 순간 물위로 모습을 보이더니 하루가 다르게 연잎이 커져간다

새벽녁 잠시 내린 비를 연잎이 머금고 있다

바이러스로 인한 병원의 문제나

그래도, 내 있는 곳은 연세가 든 분들이 진료하는 병원이 많아

다른 곳보다는 처방전에 있어서 교과서적이고 제한적이었었는데

서서히 세대가 바뀌면서 주변의 처방전들이 공격적으로 바뀌어가나보다

어제 온 아이, 그 동안 부근의 다른 곳에서 처방받았다는 콧물약엔

항생제와 기타 난 잘 처방하지 않는 약들의 명단이 적혀있다

내겐 약을 씀에 그런 용기가 적은가보다

사실, 그 나이 난 더 많은 콧물을 흘리며 옷소매는 콧물을 훔치다

누레지기도 했던 듯하건만

세금에 대한 이러 저러한 자료들을 뒤져 회계사무실로 보내는 병원의 막내

자료를 챙기는 일은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내겐 낯설기만 하다

이상하게도 항상 세금은 통장 속 여유분보다 크다

분명 번 것에 대해 세금이 나오는 것일텐데

내 낭비를 하며 살아왔던가?

그리 생각하면 그건 좀 많이 억울하다

이런 저런 일들로 맘, 아니 그 보다는 정신이 산만해서 일까?

어젠 병원옆 휘트니스에서 근 3시간 운동을 했다

마치고 나니 다리가 후들거리고 샤워할 힘도 없이 탈진한 상태

늦은 밤 귀가하여

옥상의 연꽃앞에 앉아 멍하니 한 동안 아무생각없이 있다보니

이병률 작가의 저 문장이 떠올라 책을 꺼내 해당 문장을 찾아

읽으며 잠을 청한게 어제의 마무리였다

그리고, 어김없이 오늘 하루가 또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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