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사랑을 이기는 법은 단 두 가지 뿐이라한다
고백을 하거나, 잊거나
카뮈의 페스트를 다 읽었다
출퇴근, 오고가며, 진료실에서의 긴 공백의 시간이
지루하며, 짧지 않은 글을 몇일내에 마칠 수 있게 도와주었나보다
소문없이 찾아와 그 이유와 병명도 못 찾은 채
죽어가는 사람들 곁의 어수선함 속에서
몇몇의 의사는 진단을 내리고 격리수단을 주장하지만
시당국은 정치적, 정책적 또 다른 여러 문제로 고민만 할 뿐
결국 거리에서 드러내 놓고 사람들이 쓰러져 가자
오히려 너무도 강한 대책을 내세워 도시 하나를 고립시키고
범죄자가 아닌 병자를 총으로 막고
시체는 무덤이 아닌 석회로 층을 이룬 곳에 던져지고, 또 이어서 던져지기만 한다
더 이상 그 들은 패스트화한 것이지 얼마전까지만 해도 같이
술과 차를 마시던 같은 도시인들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다
왜 인지 모르게 사라져가는 페스트
화자는 말한다
물러간게 아닌 우리의 일상 어딘가에
우리의 식탁에 거실에 침실에 그 들은 항상 함께 하고 있을 뿐이라고
마지막으로 화자인 의사 '리유'는
말한다
'알아요, 끝없는 퍠배라고'
우리들은 참 오랜 기간 짝사랑을 해 온건 아닐까?
삶에 대해서 더 나아질 거란
그 끝이 어딘지 모를 짝사랑을
내게 의과대학을 선책하게 됐던 가장 결정적 계기는 무엇이었는 가를 언젠가
한 잡지사에서 물어왔었다
고민없이 내 한 대답은 중학교시절 읽은
A.J. 크로니의 '성채'
무능과 부패한 의사
부와 지위에 연연해 하며, 환자의 진료보다는 고위층과의 관계맺음에
더 그 시간을 할애하는 선배들에 대한 반감으로 시작한 그의 의사생활
사랑을 얻고, 자신이 할 일에 대해 주변의 시선보다는 우선할 것이 있었던
그였지만, 그 역시도 주어진 환경과 더 나가고 싶더는 욕망에서 벗어나지 못하다보니
그도 모른 어느 사이엔게 자신에게서 부터 이탈되어 버린 삶
스스로는 성공, 뜻을 이루어간다 생각했지만
그를 지켜보는 그의 아내는 사랑으로 끝내 그를 믿어준다
언젠가는 돌아올거라는
결국 그는 돌아온다
자신이 꿈꾸어오던 바로 그 자리로
많은 내용을 잊었기에 다시 한 번 읽어봐야겠다
아마도 중학교적, 고등학교적, 대학교, 군시절, 그리고 삼성에서 대학으로 옮기면서
대학을 그만두고 유학의 꿈을 꾸던 시절 4-5번이상은 읽었을 듯 하건만
저질의 기억은 읽어도 다시 시작된다
짝사랑을 벗어나려면 고백하거나 잊어야한다면
나는 어느 쪽을 택하게 될까?
짧지 않은 시간동안 적지 않은 전염성 질환들 속에서 살아왔고,
적지 않은 마지막도 함께 해 왔건만
지금과는 좀 달랐던 듯 싶다
왜? 왔고
만약 사그러든다면 왜? 사그러 드는지도 모를
작업환경평가, 또 환경운동을 하는 친구 몇몇이 있다
난 그 들의 직업분야를 잘 모른다
적어도 작업환경평가가 사람에 대한 것이고
환경운동이 소수의 멸종위기의 종에서 벗어나
사람과 함께할 주변의 다른 말하지 못하는 많은 것들과
멸종위기가 아니어도 그 때 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될 수있었으면
주말이면 아내와 이 지역 저 지역을 다닌다
이번 주엔 고성의 라벤더를 보러 가기로 했다
라번데를 보고, 그래도 고성은 조금 조용하겠지 아무 카페에나 좀 앉았다
해가 지면 올라와야겠다
선배는 하던 짝사랑을 잊으면서 벗어나려 했지만,
아마도 돌아올 듯 싶다
잊은 사람의 목소리가 아니었기에
나는 고백을 할 수 있을까?
내 평생의 짝사랑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