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인 듯하다
술을 생각없이 마시고 또 잔을 비운게
마실 때는 느끼지 못했던 취기에 의한 몸 가눔이나 두통이
여지없이 아침에 나를 억눌러온다
주문한 백일홍을 화분에 심어야 하건만
아무것도 못한 채 출근을 했다
어제 했어야 할 일 하나를 오늘로 남겨둔 채 하루를 시작한다
삼십여년 지켜오던 진료실을 무기한 휴진에 들어간 선배는
형수와 쉬는 동안 이 곳 저 곳 다녀보면서
한 달살기를 해 볼까 계획 중이라 한다
지난 주, 병원 물품들을 정리하고 보건소에 폐업신고를 할 때만 해도
이제 좀 쉬자 하던 맘이
월요일까진 무덤덤하게 넘어갔지만
오늘은 결국 문 닫은 병원을 찾아 텅 빈 공간 속에 한 동안 머물다 왔다한다
쉼
삶 속 그 쉼의 시간은 중요하건만
그 쉼이 내가 있어야할 곳에서의 밀려남으로 찾아온다면?
대학졸업 후 이렇다하게 긴 시간 쉬어보지를 못하다보니
기약없는 쉼이 아마도 편하지만은 못할 듯도 싶다
바이러스로 인한 무기한 휴진과 폐업은
올 한해 적지 않은 병의원에서
타의에 의한 쉼을 오히려 강요받게 될텐데
마음 같아서는 햇살좋은 곳에 의자하나두고
아무 생각없이 한 동안 있어보면 좋겠구나 싶건만
아마도 그런 시간이 온다해도 어쩌면 그리 길게 앉아만 있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쉼도 익숙해지려면
아마도, 그에 맞는 훈련과 적응의 시간이 필요한 것일지도
장마의 시작인가?
창밖에 비가 온다
날은 덥고 습하건만 어쩐지 뜨거운 커피 한 잔이 유혹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