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를 마치고 퇴근을 준비하던 중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동기 하나의 죽음
같은 대학출신도 전공 과도 달랐지만
그 친구와의 가까워짐은 대학 교수로 있던 시절
학교 부근의 LP바에서의 데킬라가 맺어줬던 듯
그 때만 해도 젊었기에 시간이 늦어도 하던 것을 마치기 전엔
연구실을 떠나지 않았고 논문을 읽고, 쓰는 것이 즐거웠던 시절
늦은 시간 퇴근하다 종종 들리던 바
그 바에서 가장 부담없이 마실 수 있던 잔 술은 데킬라
학교에서 종종 얼굴을 보는 정도이던 그 친구를 그 곳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고, 데킬라 몇잔에 가까워졌다
그 친구의 전공은 외과였다, 그 중에서도 췌장을 전공하였기에
내분비가 전공이었던 나와 그, 둘은 대화거리가 제법 됐었는데
유학에 대한 꿈을 꾸며 대학을 그만 둘 때 그도 같은 꿈을 꾸었고,
나는 가지 못했지만 그 친구는 훌쩍 떠났다
돌아와 지방의 한 대학에서 교수생활을 했지만
몇년 뒤 개원의 길을 택하며 공부하려했던 것을 해 보고 싶다던 그
하고픈 것
배운 것과 다소 거리가 먼 현실속에서 그도 대학을 떠났던 것일까?
한 동안 서로 보지 못하긴 했어도
오랬만에 만나도 어색함없이 어울리던 친구
'다리가 없는 새가 살았다
이 새는 나는 것 외에는 알지 못했다
새는 날다가 지치면 바람에 몸을 맡기고 잠이 들었다
이 새가 땅에 몸이 닿는 날은 생애 단 하루 그 새가 죽는 날이다'
나레이션에 이어지던 장국영의 맘보춤으로 기억되어지는 아비정전
작은 몸이지만
대단한 고집불통, 그러면서도 세상을 품는 그릇이 껐던 친구
그가 먼저 쉼의 시간을 택한 이유를 미쳐 묻지 못했다
마지막 만난게 지난 해 가을
오히려 그 때는 내가 현실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면 위로해 주었었건만
그도 그 맘속에 무언가를 담고 있었던 것일까?
국화 한 송이를 얹어주고 나와 소주 한 잔 했다
이젠 같이 마실 그도 없고, 데킬라도 없어 그냥 소주나 한 잔 했다
지난 가을 만났을 때 그가 묻던 말이 생각난다
넌 후생이 있다면, 어떤 모습으로 다시 돌아오고 싶냐는 물음에
난 이생도 버겁다. 다시 태어난 다는 것 생각하고 싶지 않다고
그도 이생이 버거웠기에, 리셋버튼을 누른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