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과 양갓집 규수사이에
묻노니 그 마음 다를 게 있나요
슬프다, 송백같이 굳은 절재로
두 마음 안 먹고자 맹세를 한다오
치마를 벗으면서 술을 팔고
고운 손 흔들어 님을 부르네'
아주 오래전 고려시대의 한 고을의 기생이 지었다는 싯귀의 하나다
세상속엔 되고 싶어 되는 팔자 몇이나 있으랴
세상속엔 변하고 싶어 변하는 모습, 설명을 요구하여 과학적으로 이를 밝혀 얼마나 도움이 될까?
잔인한 사월을 노래하지만,
사실 더 잔인함은 늦가을이 아닐까?
푸름속에 온 몸을 감추었던 것들을 그져 내 보이기 싫어 색을 붉혀 마지막 뽑냄을 하지만
결국은 땅위로 그 뽐냄은 구르고 앙상한 나만이 남는다
작은 싹이, 매마른 가지에 잎이나고 푸르러지고, 꽃과 열매
그리고, 조금의 물이나마 지키려 그 푸름이 붉어짐을 과학적으로 이야기하여
굳이 재미를 잃게 할 이유야 있으랴
글을 쓰며 가능하면, 할 수 있으면 그냥 내 오늘의 일들
내 이야기를 쓰고싶다
나도 나를 모르건만 굳이 남의 이야기로 졸린 눈을 비비며 늦은 시간 글을 쓸 이유도 없고
아내와 늦은 오후의 짧은 나들이길
가을이란 놈은 참 요상하다
그냥 밥만 먹으려했건만, 차가 가는 곳은 예정에 없던 곳으로 향한다
벌써 나무의 잎이 많이 붉다
어느 나무는 푸르고, 어느 나무는 이미 그 붉음이 인사를 하려한다
하필 그 곳에서 팽원의 한 창기였다는 옛 기생의 시를 접하였을까?
너와는 전생에 어떤 연이 혹여라도 있어,
이생에서 서로 모르게 불식간에 접한 일이 있었을까?
앉은 의자위
놓인 식어가는 찻잔위로 떨어지는 붉은 잎이 마치도
'치마를 벗으면서 술을 팔고
고운 손 흔들어 님을 부르네'
정을 주면서도, 보내야하는 너를 식은 찻잔의 옆으로 대하게 된다
그렇게 오늘 하루, 시월의 늦은 밤이 또 하루 지나간다
팽원의 창기였던 그대에게 이것만은 꼭 말해주고 싶다오
고운 손 흔들어 님을 부르지 말라고
그대도, 나도 우리 그냥 다 삶속 서로 다른 치마를 벗으며 맛이 다른 술을 팔았오다
결국 나 홀로 곱다 느끼며 손 흔들지만 보는 이 그리 없으니 님 부르지 말라고
몇일전 아버님을 보내드린 친구, 이젠 아버님을 보내 드려야할 때가 됐나보다던, 아버지의 인생이 내 인생이라던, 이젠 곧 이별이라던 그 친구가 메시지를 보내왔다. '한되 반 정도 재를 맞기고 왔다'
그래, 맞기고 왔구나...
아픔을 말하면 나보다 더 아파하고, 불안해하는 아이들과 아내를 보며 통증이 와도 그냥 돌아선다
글은 나를 말하려 쓰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