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운 사람중 하나
시인이자 작가, 여행가이자 사진을 찍는 사람
그의 글들엔 사람이 들어가 있어서 읽다보면 일상속의 찌꺼기들을
씻어주고는 한다
지금은 어디에 거주하는지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제주에서 글을 쓰고 있다고 지인을 통해 전해 들었었는데
나는 그를 시인이나 작가보다는 자유인이라 부르고는 한다
자유인 이병률
'나는 너를 반만 신뢰하겠다
네가 더 좋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나는 너를 절반만 떼어내겠다
네가 더 커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행복은 문지르고 문지르면 광채가 난다'
'한 사람을 두고 상상만으로 그 사람은 이럴 것이다, 저럴 것이다
아무리 예상을 해봐도 그 사람의 첫 장을 넘기지 않는다면
비밀의 문은 열리지 않는다'
그의 책은 이런 식이다
단편인 듯
시집인 듯
아니면, 여행중의 일기장인 듯이 편하게 가식을 버린채
때로는 어린 아이와도 같은 문구로 써내려간다
그래서 편하게 가까이 하게 된다
공동저자로 나온 책까지 그의 책들은 거의 대부분을 읽은 듯 싶다
그의 책은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까지 읽을 필요가 없이,
손이 가는 페이지부터 읽으면 된다
그렇기에 때로는 같은 페이지를 수차례 반복하기도 하고,
다 읽었네 하고 책장에 꽂아두어도 미쳐 읽지 못한 페이지들이 남아 있고는 하다
그게 그의 책이 내게 주는 큰 자유이고, 책을 대하는 여백을 선물해준다
그가 부러운 것중 가장 큰 것은 여행에 대한 편한 생각과
작품을 찍으려 깊은 생각이 아닌 길위에서 지나며
자유롭게 찍어 책에 담은 사진들이 좋다
'여행은 시간을 들이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내게 있어 여행은 시간을 벌어오는 일이었다.
낯선 곳으로의 도착은 우리를 100년전으로, 100년 후로 안내한다.
그러니까 나의 사치는 어렵사리 모은 돈으로 감히 시간을 사겠다는 모험인 것이다'
나도 그의 그러한 사치를 가지고 싶다
대학시절에도 내게 주어진 시간과 공간은 언제나 한정되어 있었고,
의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나서는 더더욱 그 시간과 공간은 제약을 주어왔다
아마도, 그런 나를 나 스스로가 딱하게 여기고 있었던 듯
떠남에 대한 시간과 공간의 여백을 가지고
편한 사진을 찍으면서 글을 쓰는 그의 자유가 부러운 것은
그가 내가 바랬던 삶을 살고 있기에
시기와 질투를 담은 부러움을 그에게 보이나보다
'빵이 너무 커서 가슴팍에 안고 먹어야 하는 그루지아의 화덕 빵
빵 굽는 냄새가 맡아지면 킁킁대며 빵집을 찾아야 하는 시리아의 골목 빵집
맛이 얼마나 좋으면 한 입을 베어 물고 걷다가 다시 오던 길로 돌아가
먹을 수 없는 양의 크루아상을 사게 되는 파리의 빵가게
세상의 빵 냄새에 홀려 동물이 되는 것이 나는 좋다
사실, 빵이야 여행지에서 이렇게도 먹고 저렇게도 먹는 거라서,
빵에 눈을 많이 얹어서 먹은 기억이나
말라비틀어진 빵을 석탄기차 난로에 구워서 먹은 기억까지 합하자면
빵에 대한 내 취향은 동물적이다.
비행기나 여행지의 숙소에서 작은 잼이나 버터가 나오면
하나씩 주머니에 넣어두는 끈적한 버릇까지 생겼다.'
아내가 빵을 좋아한다
어느 동네에 빵집이 새로 생겼다하면 꼭 가봐야하는 사람
유명한 빵집보다는 새로운 빵집들에 대한 관심을 더 가져한다
여행을 하면 빵집을 그냥 지나치지를 못해하는 사람
다 먹지 못할 것이 뻔하면서도 들리는 곳마다
몇개의 빵을 사가지고 나오는 사람
여행지의 다른 것들에 대한 기억은 잊어도
그 곳에서의 어느 빵집에 다시 가고 싶다는 말을 하는 사람
나는 그런게 없다
때론, 어느 한 가지에 끌려하는 모습이 부럽기도 하다
언젠가는 내게 나 스스로
시간과 공간의 자유를 안겨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