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돌아보기 보다
국민학교 시절 6년간 5번의 전학
전학을 가면 지금도 그렇겠지만, 기를 죽이려는 것인지
단체로 불러내곤 했었다
이상하지, 왜 대부분 불러내던 곳이 화장실앞이나 부근이었었을까?
한 차례의 어르고 달래는 옥신각신에 때로는 주먹다김
하지만, 그 보다 더 힘든 것은 어울림의 어려움이었다
같은 공유의 추억을 가지고 어울리던 기존 또래들속에 끼일 수 없음은
오래된 옛 일이지만, 적지 않은 기간 어쩌면 지금까지도
타인에 대한 경계심과 어울림의 불안함이란 트라우마로 내게 남아 있는지도
그 때는 그리 골목길들이 많았었을까?
골목 골목을 돌아 혼자하던 등하교길
걸으며 어느 누군가의 연극속 무대위의 배우로 이 역이 마쳐지면
또 다른 역을 할 수 있을거야
어린 나이에 어디서 그런 생각이 입혀졌었을까?
또래들속에 들어갈 수 없었던 내게 가장 편한 친구는
책이었고, 글을 쓰는 것이었다
아마도, 그 속에 빠져 있었던 듯
한 동안 꿈속에서 한 여인의 등을 따스하게 안고 자던 꿈을 꾸곤 했었다
아니, 때론 내가 파묻히듯이 안겨 잠이 드는 꿈을 꾸기도 했었는데
몇달 전부터 꿈에서 깨고 나면 버거워진다
질타와 욕, 버림받음과 따돌림, 병듬과 죽음,
그중 가장 힘들게 하는 꿈은 너무도 당당한 믿음에 대한 배신
깨고 나서도 꿈속 몸부림치던 몸의 잔떨림이 남아 있곤 하다
이젠 e-book에 익숙해져가나보다
주문하면 바로 볼 수 있고, 불을 끈 어둠속에서도 읽다 잠들 수 있는 e-book
출퇴근시 리딩도 해 주고, 산책시 이어폰을 통해 들으며 걷거나
사람과의 대화에 지쳐 혼술이라도 할 때면 더없이 좋은 동무가 되어준다
e-book으로 접한 한 권의 책, 이미에작가의 '달러구트 꿈백화점'
생소한 작가지만, 내게 생소할 뿐이지 어떠한 분인지 잘 모르겠다
책은 참 편하게 쓰여져 하루면 다 읽을 수 있을 듯,
마치 어릴 적 내 꾸었던 꿈의 하나처럼
내가 아침부터 저녁까지 생활하는 이 공간만이 다가 아닌
공간과 시간을 함께 하는 또 다른 세상, 책속의 그 다른 세상은 꿈속이다
사람들이 잠이 들면 꿈의 세계로 들어가 백화점을 들려 원하는 꿈을 구매한다
비용은 아침에 일어나 받게 되는 감동, 설레임, 화남이나 기대감등
후불로 치우어지는 꿈백화점내 상품들
편한 침대에서의 잠이든
책상위에 엎드려 든 잠이든
부자, 빈자, 또 동물들도 꿈을 꾼다
차별이 없다
꿈의 세계는 아주 옛날하고도 옛날 시간의 신과 세제자의 이야기로 시작이 된다
시간의 신은 세제자에게 다스릴 시간대를 선택하게 할 때, 첫째는 미래를, 둘째는 과거를 셋째는 미래도 과거도 아닌 꿈의 시간대를 택하면서 시작된 그 후손들에 의한 꿈백화점
과거를 잃고 미래속에 갖힌 첫째
미래를 거부한 채 과거속에만 머무는 둘째
이로 인해 불완전한 현재를 살수 밖에 없어진 인간들은 그 불안전함을 꿈속에서 채워간다
불안정한 사람들이 희망하는 꿈들은 유사함이 많은 듯,
책의 시작은 베스트셀러를 만드는 전설의 꿈제작자 이야기들이 자주 등장하고,
꿈을 파는 백화점의 주인은 셋째 꿈을 다스리겠다던 신의 제자 후손, 달러구트
그리고 새로이 백화점에 채용되어지는 페니가 주축이 되어 이야기가 흘러간다
달러구트는 무조건 달라는 꿈을 팔기보다 그 사람을 미리 알고
그에 맞는 꿈을 추천해주며
꿈이란 정해진게 아니라 그 사람이 희망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일뿐임을
넌지시 알려준다.
죽음을 앞둔 이들이 찾아와
슬픔이 가시고, 꿈에서 서로를 만나고 나서 다시 그 슬픔으로 돌아가지 않게 될
적절한 시간대에 꿈을 배송해달라하는 내용을 보면서
죽는 이의 마음, 살아 그를 가슴속에 담아 두는 이의 마음에 대해서 생각케된다
재능
폴메카트니는 꿈속 멜로디를 잊기전에 옮겨 예스터데이라는 명곡을 남겼다지만,
이러한 재능, 영감에 대한 꿈을 찾는 이에게 달러구트가 준 꿈은
숙면이다
그 숙면속에서 그는 오랜기간 현실속에서 스스로를 버겁게 했던 것에서 벗어나
나온 곡으로 8년을 반지하에서 무명으로 어둡던 삶에서 벗어나는 한 사람
결국 그에게 필요했던 것은 휴식이었나보다
서로가 원하는 사랑이지만
드러내 놓지 못하며 외로워만 하는 이들에게
상대도 외롭고, 사랑을 그리워함을 알려주는 꿈
아침부터 저녁, 다시 아침에서 저녁의 돌고 도는 일상에서의 무기력감
그에게 주어진 것은 그가 부러워하는 삶을 사는 누군가의
지난 힘겨웠던 긴 시간동안 살아오며 버틴 타인의 모습을 보여주는
타인의 삶을 대신 살아보는 꿈
점심시간이 다가온다
오후를 위해 잠을 청해야겠다
점심에 잠을 이루고 나면 하루를 두번 나누어 살아가는 기분이다
오늘 낮잠속엔 뭐가 찾아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