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를 둔다는 건 사람만의 정서겠지?

by 고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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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크리스마스때면 도장을 몇 개 모으면 노트를 준다는 곳이 있곤하다

딸아이가 이왕 병원 식구들 음료살거면 도장을 찍어달라하여

카페를 들어섰건만, 이젠 그 이름만으로는 뭐가 뭔지 알 수가 없어

그져 일반적으로 많이들 시키는 것으로 주세요


대학시절

친구는 아버님 연세가 이른이 넘으신 늦둥이였었다

은행들에 ATM기계들이 들어서기 시작할 시기

그 분은 ATM기계를 믿지 못해 하셨던 기억이 난다


이젠 식당을 가도

카페를 가도 무인판매대로 내가 화면을 보며 선택을 하고

또, 같은 메뉴라해도 뭘 더 얹을 것인가를 기계가 묻는건지 ㅜㅜ


핸드폰으로 쇼핑도 은행업무도 이루어지는 시대

컴맹, 기계치들의 삶은 좁아지고, 불편해지는 것을 넘어

어쩌면 앞으론 생활 자체가 곤란해질지도 모르겠다


많은 것들이 그리도 길지 않은 시간내에 변하고

또, 새로워지면서도 바뀌지 않는 것도 있나보다

몇개를 사면 도장을 찍어주는 거


처음 차를 가졌을 때

근 30년전

주유소에서 주유를 하면 마일리지를 쌓아 상품을 주고는 했던 것이

지금도 주유를 하면 마일리지를 습관적으로 쌓으려

같은 주유소를 찾게 되는 건 변하지 않은 듯하다

사실, 그 마일리지를 어찌 써본기억은 없건만 그래도

다니던 주유소를 찾는 습관이 되 버린 듯


크리스마스

종교와 무관하게, 연말의 기분도 더해져서일까?

웬지 나이가 들어도 설레임을 주면서,

옛 거리의 케롤들과 눈과 함꼐 한 추위속의 거리가 그리워지는 계절


카페내엔 이미 크리스마스가 와 있었다


우리에겐 오배라는 남자로 알려진 스웨덴 작가 프레드릭 배크만의 또 하나의 소설

'일생일대의 거래'


표지를 열자마자 접하게 되는 문구

'사랑하는 사람의 기억 속에서 당신이 영원히 지워진다면... '


화자인 나는 앞만 바라보고 평생을 살았다

성공하고, 부를 얻는 것이 내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기도 했지만

가족들을 위한 것이라 믿어온 시간들


그에게 마지막 순간이 다가왔다

병명에 대한 언급은 없지만, 희귀병

태어나는 순간부터 쌍둥이로 엄마 배안에서 동생의 죽음을 밟고 태어났다

생각하는 화자


그는 항상 떠나기만 했었다

부를 얻고자, 성공을 하고자 돌아옴보다 떠남이 항상

그와 함꼐 했지만

그가 사랑하던 아내와 아들은 어느날 그의 곁을 떠났고

떠나기 보다 고향으로 돌아오는 것을 더 즐거워했던 아들을 바라보며

그는 아들, 자식 농사에 실패했다고 읍조린다

'나는 너를 강하게 키우려고 했는데, 너는 다정한 아이로 자랐구나'


그에게 고향은

'고향은 절대 벗어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집처럼 언제든지 돌아갈 수 있는 곳도 아니다...

우리가 화해하려는 대상은 고향이 아니다. 그곳의 길거리와 건물이 아니다.

당시 우리의 모습이다. 그리고 그 때 꾸었던 그 많은 꿈을 이루지 못한

우리 자신을 용서하려는 것일지도 모른다.'


병실

망자가 될 챠트를 들고 찾아드는 여인

그 여인이 그의 눈에는 어릴 적부터 태어날 때 쌍둥이 동생의

죽음위로 태어난 후부터 항상 보여왔었다


그 여인이 다시 보였을 때, 그는 자신의 죽음을 전하러 온

죽음의 사신이냐 묻지만,

여인은 그렇지 않다고 죽음이전의 삶을 그 동안 지켜보아왔다한다

사실, 죽음은 누구에게나 온다

삶의 시간이 가지는 그 길이가 다를 뿐


챠트를 든 여인이 병실문앞에 서 있다

한 꼬마여아의 방앞에

꼬마아이는 크레파스로 병동의자를 붉게 색칠하고

토끼 인형의 이름을 '또끼'라 불렀다

이름에 대한 이유도 없다 원래 인형이름이 '또끼'였기에 또끼다


여자꼬마아이를 곁에서 지켜보며

그는 아마도 가족을 그 마음속에 그렸던 듯 싶다

아이와 엄마의 대화를 들으며

아이의 모습속에서 자신의 어린시절과 가족을

본 것은 아니었을까?


챠트를 든 여인이 꼬마의 병실앞에 서있을 때

그는 자신의 죽음과 꼬마아이의 죽음을 바꿔 달라하나

챠트의 여인은, 죽음은 죽음으로 바꿀 수 없다

목숨을 목숨으로 바꿀 수는 있어도...


살아 있으면서, 자신의 삶을 다른 누군가에게 줄 수는 있어도

죽음의 순서를 바꿀 수는 없다는 말

목숨을 목숨과 바꾸면 그의 존재는 없던 것이 된다

아들의 아버지는 다른 사람이 되고,

그가 이루었던 많은 업적이나 부는 다른 사람이 이룬 것이 되며

그 자신은 처음부터 없었던 존재가 된다는 말


소설은 그의 선택에 대해 분명하게 말하지 않으나,

크리스마스 전날밤 아들이 일하는 고향의 작은 바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메리 크리스마스'

인사로 소설을 마무리 지어진다


화자는 묻는다

우리가 아쉬워하는건 뭔가를

그 답은 '시간' 이다


항상 지나온 시간은 아쉬운것인가보다


소설은 그 순간 마무리를 지어버린다

화자의 아들에게 하는 마지막 말

'조만간 일어나겠구나, 크리스마스 아침이다, 이 아빠는 널 사랑했다'


그의 삶은 마치 물거품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그의 자리는 다른 누군가가 대신하며

기억에서 조차 사라져 버림을 택한 듯 싶다


사라진다는 거

죽는다는 거

기억된다는 것의 의미는 어떠한 것일까?


어쩌면 차라리 처음부터 없던 존재가 되어버린다는 것도

생각해보니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닐 듯 싶다

나도 나 자신을 잊을 수 있는 것이라면 더 없이 홀가분해지지않을까?

어찌할 수도 없으면서 남은 누군가에 대한 미련을 담고 가기보다


딸아이의 쿠폰은 이제 두개가 남았다

두 잔만 더 마시면 노트를 받을 수 있다

그 노트속에 또 다른 다음 한 해의 이야기들이 담겨져 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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