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곳이든 당신이 사랑하는 곳이 당신의 세상이죠'
오스카 와일드는 문장 하나에 대한 압축력에선
내 아는 작가중 가장 먼저 떠오르는 한 사람이다.
어느 곳에, 어떤 모습으로 있는가보다
다른 이가 아닌 내가 사랑할 수 있는 곳에
그런 곳에 있다면
그 인생은 적어도 지금의 내 모습이 어떠하다해도 실패한 삶은 아닐 듯
어제 저녁부터 시작된 두통
한 번 두통이 오면 몇일은 나를 괴롭힌다
몸이 어떠하든 아침이면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 움직여 출근을 해야하는 한다
오늘은 중국에서 들어와 보름 격리하고 오는 환자분의 예약과
음성에서 두 남매가 오기로 한 날
물론, 가까운 도곡동에서 매주 목요일이면 오시는 갱년기 여성분도
나를 기다려주는 하루다
출근후, 오전중 조금 더 심해진 두통에 맥을 못추다
일을 하며 조금씩 줄어들어가는 두통속에 글을 쓴다
왜?
내 글을 쓰는 이유를 이젠 잘 모르겠다
아이들에게 자신의 삶을, 누군가가 보고 판단하고
그 가치를 타인이 부여하는 삶이 아닌
어디서 무얼하든 너희들의 삶을 살라고 말하곤 한다
그러기 위해서 우선 어디를 가든, 영화나 책을 읽든
글을 쓰라 말을 하는게
옳은 것인지는 몰라도 적어도 내 감정, 내 판단에 대한 기록은 뒤에
너를 다시 돌아볼 디딤돌이 된다 말은 했지만
시간이 지나 나이가 들어갈 수록 잘 모르겠다
그게 맞는 것인지
사람이 사는 것과 살아가는 것은 의미가 다를 듯 싶다
난 살아온 것일까?
아니면, 지난 시간과 지금 이시간도 사는 것뿐일까?
코로나에 대한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에 대해서들 논하면서, 고도로 개인화된 인식을 강화하면서
post-truth시대는 그렇게 탄생한다고
제이슨 생커는 책 '코로나 이후의 세계'를 통해 논하고 있듯,
현대화 = 개인화는 코로나를 통해 더 그 가속력을 받게 되나보다
다들 그거 나 알아 하면서도
알면서도 모르는 것 중 하나가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아닐까?
그 이름은 접했으면서도,
내용을 물으면 알았었는데 하며 답하기 어려운 책
사실,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는
성인이 된 어른의 눈에는 어려울지도 모를 소설이다
오지 않는 잠, 불면이 준 한 가지 혜택이라면 책 읽을 시간이 많아졌다
1800년도 중반 영국의 찰스 루트위지 도지슨에 의해 발표된 책
재미난 건 찰스는 작가가 아닌 수학자였던 점이다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도 조금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면
수학적인 논리들을 찾을 수 있는게 시간과 크기, 용량등이 무질서 속에서
논리적으로 설명을 하면서 자리를 잡고 있음을 나만 느낀것일까?
소설의 시작부터 강변으로 소풍나온 엘리스의 곁을 달려가는 하얀토끼
토끼는 여느 토끼와 달리 조끼위에 하얀 외투를 입고,
회중시계를 보면서 늦었어 늦었어 하며 토끼굴로 뛰어들어간다
시계를 보면 지금 우리도 웬지 모르게 늦진 않았을까?
혹은 늦었구나를 맘속에 담는건 아닌지
엘리스는 토끼를 따라 토끼굴로 들어가지만,
어느 순간 끝없는 굴 속으로 빠져들면서 생각한다
이렇게 떨어진게 얼마의 길이지?
지구의 깊이가 얼마고, 내 떨어진 건 얼마일까?
지구의 저 반대편으로 나와 머리를 땅에 대고 사는
사람들의 세상으로 떨어지는건 아닐까?
엘리스가 떨어진 곳에는 알 수 없는 약병
그리고, 쫒아왔던 토끼가 떨어트리고간 부채하나
그 약병을 먹고, 부채질로 엘리스는 작아졌다, 또 다시 커져버린다
커진 엘리스의 울음이 호수가 되고
다시 작아진 엘리스는 자신의 울음호수에 빠져 허우적 거리다
새와 다람쥐 등 다양한 동물들과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고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 떠돌며 길을 나선다
3월의 토끼와 엉떠리 모자장수, 그리고 쥐가 함께모여 차를 마시지만
그 끝이 없다.
다 마시면 서로 옆자리로 옯겨 다시 새로이 시작하고
또 다 마시면 서로 자리를 옆으로 옮기며 처음부터 다시 시작되는
끝없는 다과회
다시 길을 나선 엘리스가 만난 불현듯 나타났다 사라지는 체셔고양이
담배피는 애벌레
하트여왕의 파이를 지키는 공작부인과 그의 돼지아기
여왕은 카드의 하트이고
왕은 카드의 퀸
병사들은 다양한 숫자들이 놓여져 있는 궁전
그리고, 그 곳에서 열리는 크로켓 경기
공은 고슴도치이고, 골대는 병사들이 손을 서로 뻗어 만들었고
홍학으로 공을 친다
맘에 안들면 무조건 목을 치라는 명령을 던지는 하트여왕
여왕을 피해 만난 가짜거북에게서 배우는 바닷가재의 춤
파이를 훔쳤다는 누명을 쓴 카드병사 잭에 대한 재판과
앞뒤가 다 뒤죽박죽인 배심원들
엉터리 재판에 다시 커진 엘리스가 항변을 하며 잭의 재판은
말도 안된다며 외치자 하트여왕은 트럼프 카드병사들에게
목을 치라는 명을 받은 트럼프 병사들에 공격을 당하다
꺠어보니 언니의 무릎위
언니는 부드럽게 엘리스의 머리결을 만져준다
논리를 들이대면 어느 하나 이어지지 않는 문장들이 모여 한권의 책이 된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우리가 사는 곳이 바로 그러한 곳이 아닐까?
밤 하늘
만약, 보름달 다음 바로 초승달이 나타났다가 두 개의 해가 뜨고
그믐달아래 해바라기가 고개들어 해를 맞이하듯한다면?
어둠이 깔린 밤길에 대낮에 웬 불빛이냐는 호통을 받는다면?
세상은 과연 정해진게 있을까?
진짜 내 앞에 있는게 내가 보고 있는 바로 그게 맞는 것일까?
난 죄없어를 외치는 죄인은 진짜 죄가 있는걸까?
땅땅땅 판결하는 판사는
그 앞에서 서서 판정을 받은 죄인과 같은 죄를 가진건 아닐까?
수술을 하는 의사는 수술대에 누운 환자 보다 더 심한 병을 가진건 아닐까?
난 안 미쳤다 주장하는 그는 진짜 정상은 아니었을까?
억울함을 호소하며 음모에 걸렸어를 말하는 그가 진짜 억울하다면?
세상속 많은 것들이 결과를 보지만,
그 결과가 맞는 것일까를 불현듯이 생각케된다
어제 밤의 내 꿈, 그 꿈속의 내가 진짜 난 아니었을까를
내 앞에 있는게 사회가 맞다 한 것일 뿐
진짜 맞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