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이 끝나고 닌 뒤/ 혼자서 객석에 남아/ 조명이 꺼진 무대를 / 본적 있나요
음악소리도 분주히/ 돌아가던 세트도/ 이젠 다 멈춘채 무대위에
정적만이 남아있죠/ 어둠만이 흐르고 있죠
배우는 무대 옷을 입고/노래하며 춤추고/ 불빛은 배우를 따라서
바삐 돌아가지만/ 끝나면 모두들 떠나 버리고/ 무대위에 정적만이 남아있죠
어둠만이 흐르고 있죠
노래 '연극이 끝나고 난뒤'
연극을 참 좋아했었다
고등학교적만 해도 문과와 이과의 차이를 모르면서
이과이면서도 연극반의 친구들과 어울려 극본을 쓰고
3편의 극을 무대위에 올리기도 했던 시절
그 중 한 편은 서울 시립문화관에서 서울시내 고교생들간의 경합에도 나갔었는데
대학을 가고
그 중 일부는 지금도 연기를 하고, 그 때도 연극무대를 지켰었었다
친구의 연극을 보고 분장을 지우고 나오는 동안 텅 빈 무대를 바라보던 기분
그 때는 그 친구가 참 부러웠었다
낙오자, 배신자, 꿈보다 사회의 기준을 따른 듯한 속물로 느껴지기도 했던 시간
내 꿈은 의사였던 것을 그 순간은 잊었었다
83학번, 1983년
그 시절 첫 무대에 오른 '신의 아그네스'
분명, 기억에 맞다면 비가 온 날이었던 듯하다
연극을 보고 나와서도 연신 내리는 빗속에서 뛰지도 않은채 부근 선술집에서
한 잔들을 나누었었던 기억이 진실된 기억인지, 아니면 각색된 기억인지
너무 오랜 시간의 저 쪽이라 분명치는 못하지만
웬지 비가 왔었던 기억이 선명하다
매춘부이고 알콜 중독자, 정신 착란을 보여온 어머니에게서
사회와의 차단된 채로 어린 시절을 보내다
아무 색도 입혀지지 않은 백지와도 같은 상태로 수녀원에 맞겨진
아그네스
그녀의 정신세계는 어떠한 것이었을까?
성장과정을 보면 정상을 논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병적으로 성적 생식행위에 대한 혐오를 가지면서도,
손바닥에서 자연적 출혈 현상등 성녀의 모습을 보이는 아그네스가
누구의 아이인지 모를 임신과 출산
그리고, 출산뒤 아이를 죽여 법정에 선다
2020년 신의 아그네스에서는
1983년, 그 시절 아그네스의 몰입도, 사람 맘속의 울림을 주는 배우들의
부족함이 아쉽다 해야할까?
어느 일정 개인을 말하여 미안하지만,
극의 전반을 다 이끌어 가고, 무대위에 항상 남아 극을 이끄는
정신과 박사 리빙스턴역의 박해미의 역활은 웬지 공허하다
마치 국어 교과서를 읽는 듯하고,
음성의 높낮이에 있어서도 예측가능함에 집중력을 떨어뜨린다
수녀와 아그네스역은 무난이상으로 좋았다
오버함없이 아그네스를 지켜주려는 수녀
자신이 누군인가를 종교적 신비주의와 과학적으로 파헤치려는
수녀와 리빙스턴사이에서의 갈등
과학적 분석을 위한 리빙스턴 박사의 최면요법은 너무도 어설퍼 보인다
그리고, 최면하에서 묻는 대사역시도 교과서의 밑줄 긋기처럼 평이할 뿐
이에 반해 종교적 신비주의에서 벗어나면
아그네스는 파멸을 하게 된다며 이를 막아서는 수녀의 모습에는
아그네스에 대한 사랑이 묻어있다
둘 사이에거 고뇌하는 아그네스는
자신이 누군가를 알아야만 하는 것일까에 대한 갈등이 붉은 피로 물들며
극을 마지막으로 끌어 올린다
결국 아그네스는 과학적 분석에 의해 그 자신과 정신
그의 모든 것들이 다 무너져 버리고
나를 알기 위하여 응했던 과학적 분석은 오히려 나를 더 모르게 만들어
정신병원에서의 마지막으로 끝나고 만다
세상속의 많은 일들
때론, 왜?
이해를 구하고, 따지고, 파헤침보다 너 힘들구나
내 품에 안겨 좀 쉬렴
연극이 끝난 무대를 멍하니 바라보는 느낌은
경험을 해 본 사람이라면 알 수 있지 않을까?
관객석도 비고
무대위도 비고
먼지만이 날리는 속에서 혼자 앉아 있는 기분
하지만, 무었때문일까?
그 시절이 그리워진다
무대위 배우들의 땀내음이 아직 가시지 않은 그 무대가 그립다
다시 그 자리에 앉아 있고 싶다
극이 마쳐지기 무섭게 쫒겨나 듯이 나와야만 하기보다
그 자리에 앉아 있고 싶어진다
이젠 그 안이 아닌, 밖으로 밀려나 버린 뒤인것을 새김질해주기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