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추워진다고 한다

by 고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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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잠시 함박눈이 내리더니만, 그것도 잠시

이젠 길가 소나무가지위의 눈도 다 녹아버렸다

창밖이 따스해 보인다


추우면 생각나는것도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건지

나이에 따라 달라지는 것인지

예전이었다면 아마도 군고구마나 풀빵, 연탄위에서 구워지고 있는

가래떡등이 떠올랐을지 모르겠다


지금은 아늑한 카페내에서의 커피한 잔이 더 떠오른다

하긴, 나이와 시대에 무관하게 아마도

날이 추우면 여우나 늑대 목도리가 더 그리워지는 건

꼭 젊은이만의 특권이 아닌, 체온이 지닌 매력인지도


겨울하면 떠 오르는 영화

진료실 LP판위에서 Love story의 OST음반이 돌아가고 있다


내 기억으로는 Love Story가 시작이었지만,

그 뒤로도 유사한류의 영화들은 참 많이 나왔지 않았을까 싶다

신분의 차이와 사랑, 부자와 가난한, 유명한 누군가와의 사랑

그리고 계절과 죽음

애뜻함을 남기는 사랑이야기들


오래된 불면의 밤덕분에 더는 볼게 드물어져 버린 넷플렉스의 리스트중에

눈에 띤 한 편의 영화 '백만장자의 첫 사랑'

사실 그 내용은 식상할 정도로 만화적이고, 앞과 뒤를 따지며 보면 매력없는 영화일지도

하지만, 15년전의 풋풋한 현빈의 모습을 보는 것으로도 영화의 스토리에 무관하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게 해준 영화로,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부모와함께 시골마을을 떠나던 어린 재경(현빈)

그는 열밤만 자면 돌아올 거라고, 친구 은환(이연희)에게 약속을 하지만

교통사고로 두 부모를 다 잃고, 할아버지 아래에서 자라나며

과거, 어린 시절의 기억을 잃는다


동그라미가 12개면 얼마지?

1조? 아니 아뭏든 어마 어마한 부를 이룬 할아버지의 유일한 유산상속자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느는 자신의 통장속 돈을 자신도 모른다 하는

천방지축으로 자라버린 재경


공부나 사회성보다는 반항적으로 자라난 재경에게

할아버지가 죽으며 한 유언에 의해 시골의 작은 학교로

전학을 하고 졸업을 해야만 유산을 상속받을 수 있는 자격을 얻는다


이미 삐뚫어지고

세상속 모든 것들위에 돈이 존재하며

자신은 그 돈을 주체할 수 없이 가지고 있기에 함부로 누구를 대하고

마음대로 내일보다 그져 지금 살아가면 되는 아이로 커버린

재경


그가 유산떄문에 갈 수 밖에 없었던 학교

그 학교에서 그는 어릴 적 부모님의 교통사고이후 잊었던 것들을

다시 찾아간다


그 과정은 어찌보면 동화적이고도, 유아적이기에

자세히 옮기고 싶은 마음은 적지만

겨울에 봐서 그럴까?

아니면, 사추기, 갱년기가 온걸까?


열밤이면 온다던 재경이 기억을 찾자 은환에게 너무 늦어 미안하다 한다

어려 엄마로 부터 버림받았지만, 아버지라 불리우는 보육원원장에 의해

이쁘게도 자라난 은환이


경제적 문제로 철거되야하는 보육원

보육원은 단지 시설이 아닌 은환과 재경을 이어주었었고,

지금도 이어서 지켜야만 하는 곳


재경은 유산을 포기할 경우 0.1%만을 먼저 받을 수 있다하자

망설임없이 유산을 포기하고 보육원을 지키려한다

'나에겐 99.9%의 돈보다 더 소중한 것을 지금 가지고 있다며'


심장병으로 죽어가는 은환

그 은환곁을 지키려는 재경


아마도, 요즘의 소녀들은 오히려 들으면 손이 오므라든다해야할 대사들

유치하고, 촌스럽다 할 대사들이 갱년기를 맞은 한 장년 남자의 눈엔

눈물을 맺게 하니... 분명, 이건 호르몬 문제가 맞다

그렇다고 주장하고 싶다


'왜 네가 좋을까 생각하다 네가 또 보고 싶어졌다. '

'비 온다. 내리는 빗방울을 다 합친 것보다 네가 더 보고 싶다'

'다른 사람 대문 앞에 한 시간 이상 서성거리면 스토커래, 두 시간 있던 난 뭐냐?'

'너도 참 징하다, 꿈 속까지 따라다니니'

'너랑 같이 있으면 밤도 낮 같다!, 네가 너무 환해서'

'난 이젠 그 말 믿는다. 눈 감아도 보인다는 말'


몇 몇 대사만 추스려도 시대에 맞지 않는다해야할까?

분명 유치하다는 말들이 앞서 나올 대사들

어디서 함부로 옮겨 담을 수 없는 대사들속에 눈가가 촉촉해진다


한 밤

영화를 보고, 아내 몰래 나만의 비밀 문을 열어 위스키 몇 모금하며

추운 밤의 베란다에서 하늘을 보았다


내게는 어떤 추억이 사라져 있을까?

사라지고, 잊혀졌으니 어떤 것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모르는 거겠지?

그런 추억이 있다가 언젠가 불현듯이 다시 찾아와 줄 수 있다면

영화에 맞는 유치한 생각을 했던 밤


오늘 밤이 걱정된다

오후엔 커피를 안마셨었는데, 커피를 마셔버렸다


영화의 OST '인사'

동방신기가 불렀다 한다. 좋네


속물같은 말로 글을 맺는다면,

돈을 포기할 소중한 것을 얻을 수 있어야만

할아버지의 유산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유언장에 적혀있었기에

재경이가 포기한 99.9%는 오히려 유산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을

증명한 것으로 영화가 마무리되고


재경은 보육원을 새로이, 창이 넓어 햇살이 온 건물안에 들어오는

그러한 곳으로 새로이 꾸미며 영화는 끝이 난다

죽은 은환이의 모습은 사라진게 아닌 재경의 가슴에 담긴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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