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작은 일탈
아침에 일어나 요 몇일 이어지는
이유를 잘 모를 맘속의 그림자들이 있다
아마도 가깝게 지내던 한 지인의 갑작스런
췌장암 말기 판정이 맘속에 남아 있나보다
의사면서도 해 줄 말을 잃게 만드는 주변사들
레지던트 시절
혈액학을 하시던 교수님이 부르셔서
혈액학을 하라 하셨었다
레지던트 4년중 2년반은 혈액학교실에 머물며
그 쪽으로 갈줄 알았었는데
웃으며 퇴원한 환자들과
한 밤중 응급실에서 다시 만나게 되고
중환자실에서 보호자부도 더 오래 함께하다
보내드려야만 했던 분들
그 때마다 시간이 허락될 때면
영안실에 내려가 함께 있곤 했었었는데
누군가를 보낸다는거
가족이 아니어도 힘겹다
아픔을 함께 이겨낸 뒤라면 더 힘겹다
아무리 내 뭘해도 결과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혈액학, 종양학을 거부한 이유도 그러해서였다
몇 몇의 지인들을 암으로 보내고 나니
내 선택이 조급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출근길에 종종 앉아 커피한잔하는 나만의 카페
여의천가에서 바라본
청계산위로의 하늘이 맑다
여의천을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하루를 시작
진료실에 들어서 컴을 키니
지인이 보낸 사진 한 장이 나를 웃겨준다
방사선 치료를 위해 배에 한 마킹을
왕자에서 지붕이 사라진
士자가됐다며 오히려 주변을 달래주는 그의 웃음
아마도, 잘 이겨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