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은 몸이 아닌 마음이 오고 가는 곳

by 고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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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리니행 기차는 8시에 떠나가네

11월은 내게 영원히 기억속에 남으리

내 기억 속에 남으리

카테리니행 기차는 영원히 내게 남으리

함께 나눈 시간들은 밀물처럼 멀어지고

이제는 밤이 되어도 당신은 오지 못하리

당신은 오지 못하리

비밀을 품은 당신은 영원히 오지 않으리

기차는 멀리 떠나가고 당신은 역에 홀로 남았네

가슴 속에 이 아픔을 남긴 채 앉아만 있네

남긴 채 앉아만 있네

가슴 속에 이 아픔을 남긴 채 앉아만 있네’


나찌에 저앙한 그리스의 젊은 레지스탕스를 연인으로 둔 여인

전쟁이 끝나도 돌아올 줄 모르는 연인을

‘카테리니’역에서 한 없이 기다리는 한 여인의 모습


사랑하고, 또 잊지 못하는 연인이 떠나며

8시 기차역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하였는데

남자는 끝내 오지 못하고 여인만 홀로 남아 역을 지킨다

사실 역에 홀로 남아 나를 기다리는 모습을

남자는 멀리서 지켜보고만 있었다

전쟁은 끝났어도 끝나지 않은 전쟁에서 벗어날 수 없어

사랑하는 이의 곁에 가지 못하는 남자의 모습

… 그리스 미키스 테오도라스키의 기차는 8시에 떠나네 (To traino feygey stis ochto)


우리에겐 조수미의 노래로도 잘 알려진 노래

대학시절 학업으로부터 나를 풀어주던 두 가지는

책과 사진

시간이 허락될 때면 낡은 카메라 하나들고 정처없이 떠났었다

그 즐거움중 하나 어느 곳을 가든 역전에 있는 식당을 들어가

백반을 시키면 그 철, 그 지방에서 나오는 음식들을 소박하게 받아 볼 수 있는 호사를 누린다. 그 어느 고급한정식집에서도 맛볼 수 없는 그 곳, 그 계절만의 맛을


대학시절 부산을 가려면 용산역에서 무궁화열차를 타고 12시간을 달려가야했었다


용산역에 모인 친구들은 야간열차전에 부근 선술집에서 한 잔들하며 기차시간을 기다린다. 호기심어린 친구들은 역전 호객행위를 하는 거리의 여인들곁을 스치며 그 화장내음을 맞기도 했는데, 여학생이 적었고, 있다해도 이성의 모습을 한 동성이었기에 20살 어린 우리에겐 호기심의 대상일 수 밖에 없었던 화장내음

12시간을 가다 새벽녁이 다가오면 각 지방역에서 그 날 장을 보러 가시는 분, 팔러 가시는 분들이 타면서 열차안의 분위기가 꺠어나기 시작한다. 닭들이 울고, 서로 아침식사로 떡을 권하고…


조치원역의 우동은 참 맛이 있었는데

짧은 시간 서로 달려가서 한 그릇을 후르륵마시듯이 먹고는 열차떠나기 전에 다시 달려 매달리던 시절, 그 시절이 그리도 빨리 지나갈 줄은 몰랐었다


기차를 참 오랜만에 탔다

아들 군면회를 위해 아내와 함꼐 한 기차여행

너무 많이 달라지고 깨끗해진 기차

그 먼거리를 이리 빨리 가니 편하기 보다 재미가 없다

지나가는 홍익회 먹거리 마차도 없고


아내에게 투덜거렸다

12시간거리를 2-3시간에 가면 기차비도 더 싸게 받아야하는거 아니냐고

이젠 역이 그져 오고 가는 기능만을 가졌나보다

이전의 역은 사연을 담고 들어가는 설레임과 떠남의 아쉬움을

담고 있었건만


웃음과 눈물이 사라진 역

그 곳엔 그져 단단하게 지어진 건물의 벽들만이 보인다


현대라서?

그건 아닐 듯, 몇 년전 아내와 떠났던 유럽 배낭여행에서의 역들은 우리의 역과는 많이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는데… 체코에서 슬로바키아나 폴란드의 각 도시들로, 헝가리에서 지방의 도시와 비엔나로, 또 파리에서 마드리드로, 마드리드에서 세비아로, 세비아에서 바르셀로나로, 스위스에서도 도시와 도시를 잊는 역들의 모습은 우리와 많이 달랐었는데…


역은 그 자체로 설레임을 담고 있어

그렇게 남아주면 어떠할까?

현대적 건물의 편함보다 불편해도 역전의 한 식당에 들려 백반을 시켜 여행을 시작할 수 있으면 싶다


토요일

바쁨

그 뒤에 카메라 하나 들고 어딘가로 훌훌 떠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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