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시간
치과의자에 앉아 그 시간을 이겨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딴 생각으로 나를 다른 공간에 앉혀두는 것
소리와 뼈가 타는 냄새로 방해를 받지만
벗어나려 생각에 생각을 이어 나를 옮겨놓으려다보니
갑자기 그러한 생각이 든다
내게 가장 오기 어려운 건 뭘까?
내게 가장 오래 걸리는 편지가 있다면 누구의 편지일까?
바로 내가 내게 쓰는 편지가 아닐까?
주말 사이 2권의 책을 읽었다
불면이 준 선물은 책을 읽을 시간을 준다는거
책을 보다 새벽의 창밖을 내다보고
창을 열어 찬 공기를 맞이하는 것도 겨울이 준 선물
한 권은 가벼운 책, 다른 한 권은 르포식의 책
가벼운 책은 글을 쓰는 작가라기 보다는 그림을 그리는
일러스트라 해야할 반지수 작가의 ‘보통의 것이 좋아’
르포는 주말 선물받은 ‘은근 몰랐던 일본문화사’
반지수 작가의 책을 읽다보니
예전 읽었던 데이비드 소로의 ‘겨울 산책’이 떠오른다
일상적으로 걷던 동네의 거리
여행을 한다하면 비행기를 타고, 배를 타고, 자동차로 몇시간을 달려간다
또 그 먼 곳에 있는 누군가는 그러한 시간을 들여
내 사는 이 곳으로 여행을 오고
별 생각없이 걷던 내 동네의 길
토요일 책을 읽고 나서였을까?
일요일 동네거리를 걸으며 보니, 새롭게 거리가 느껴지며 다가온다
내 사는 이 곳에 이런 집, 이런 나무, 이런 꽃들이 있었었구나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니 이렇게들 집을 단장들을 했구나
가까운 곳에 있으면서 보지 못했던 것들
반지수 작가의 책은 가볍게 보려면 가볍고 느끼려들면
따스하다
‘냄새, 온도, 향기, 날씨 그리고 그 시간과 공간에 속한 사람들이 전달하는 기운 같은 것, 마음이 기억하는 순간들, 그런것을 그리고 싶다’는 작가의 말이 가슴에 다가온다
‘여름의 색은 짙은 초록
나만 믿고 따라와라고 말하는 듯한 두 친구
꼭 잡은 손들
한적한 거리의 풍경’을 일상에서 보며
즐기는 작가의 마음이 다가오는 책
‘보통의 사람을 믿으라는 조언은 너무나 위안이 되는 말이다… 미디어는 무탈한자들의 소식은 전하지 않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의 삶은 더욱 고요하다는 것을 느낀다’는 작가의 말은 바로 우리 시간, 지금 내가 보기 싫고, 듣기 싫은 소음의 뉴스들을 말해주는 듯하고…
소로의 겨울산책도 유사한 내용이다
항상 곁에 있어 느끼지 못하는 것들, 잡초라해서 밟고 지나가지만 다 그 의미가 있는 것을 우리가 모를 뿐, 떨어진 낙엽들은 다시 땅위를 덮어 여름내 함께한 나무를 지켜주고, 그 양식이 되어 다시 봄날 나무의 속으로 속으로 들어가 위로 올라 새로운 자리를 찾는다한다. 또, 새로운 어린 싹의 나무들을 지키고 키워주고…
내가 내게 보내는 편지는 아마도
언제 도착할 지 모를 아주 오랜 시간, 가장 먼 곳에서 오는 것일 듯
언제든 도착은 해 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