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의 봄이 여름이 지나 가을이 되었을때
‘한 여름 들끓어 올랐던
세상과의 불화를 잠재우고
홀가분한 몸뚱이로 봄을 기다리는 그대’
고영섭시인의 시 겨울나무다
어느 덧 춥다는 말이 나오는 겨울
대학졸업반
나를 그래도 이쁘게 봐 주셨던 당시 정형외과 과장님의 배려로
대학병원 복도3개충에서 졸업개인 사진전을 열수가 있었다
그 때 내가 잡은 주제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인생의 봄… 신생아실의 인큐베이터안의 아이와
유모차안에서 젊은 부모에 의해 따스한 햇살을 쬐던 아이
종종걸음으로 유치원 버스에 오르는 아이
엄마손을 잡고 안놓으려 울던 아이
골목에서 뛰놀던 아이들
학교 운동장아이들과
도서관속 중고교생
대학로의 젊은이들에서 병실의 연세든 분들과
장례식장의 표정까지 인생의 전반을 렌즈에 담았었다
오지 않을줄 알았던 그 여름이 지나 이젠 가을도
그 중간을 넘어서는 나이가 되어가는 듯
군제대시 3가지의 선택길이 내게 주어졌었다
내 능력은 80이건만
모교로 가면 내 능력을 그대로
개원을 하면 60의 능력이면 살아갈 수 있으니 여유를 찾을 수 있었을거고
당시 고맙게도 연구실에 반해 함께하고 싶다 지원한
삼성의료원에서 허락을 받았었다
삼성을 가면 내 능력은 80이건만 100을 써야하기에
물위의 백조처럼 빠지지 않으려 발버둥을 쳐야했던 선택의 길에서
젊은 고시환은 발버둥의 길을 선택했던 듯
그런 여름이 지나
가을도 지나가면서 결국 개원의의 한 명으로
대학, 삼성의 동료들에 뒤지 않으려
아니 은사분께서 하셨던 말씀
의사는 내 앞에 함께하는 환자분과의 대화, 말과 감정, 소통으로
진단하고 치료하는 것이지
X-Ray, 혈액검사결과지로 진단하고 처방전의 약으로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고 가르쳐 주셨었는데
레지던트를 마치고 나오던 자리에서
내 감사의 말은 ‘저로 인해 교실에 영광은 주지 못해도 욕먹는 일은 없게 살겠습니다’했었는데… 과연 내 여름은 어떠했었을까?
‘’소년이 어른이 되어 사람을 알아갈 때에
뜻하지 않던 많은 요구와 거친 입술들
소년이 어른이 되어 세상을 알아갈 때에
하얀 마음은 점점 어두워지고 잠 못 이루는 날이 많아지겠지
나의 오늘이 흘러가면 서글픈 추억들 중에 작은 조각이 되겠지
잡을 수 없는 시간들은 떨어지는 빗방울이 사라지듯 나를 스쳐가네
……’
내 좋아하는 그룹중 하나
몽니의 ‘소년이 어른이 되어’의 가사중 일부다
그렇게 소년의 봄은 어른의 여름을 거쳐
가을이 되어가면서
얼마나 세상을 알아가고 있는걸까?
소년의 봄부터
손을 잡고 함께해온 내 그림자가 나를 가장 잘 알겠지?
내 그림자가 내게 하는 말을 들을 수 있으려면
얼마의 시간이 더 흘러야하는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