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의 우리의 삶은 오래 입어 닳은 할라트
입자니 부끄럽고 버리자니 안됐고,
우리는 오래 오래전부터 형제처럼 서로 익숙해졌다
우리를 수선하거나 새로 고쳐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가 늙어 버렸듯이 할라트도 낡아버렸다
우리의 삶은 누더기를 걸치고 그 역시 누더기 신세
온통 잉크로 그러지고 잉크가 뛰어있다
하나 이 얼룩들은 그 어느 무늬보다 소중하다
…’
러시아 시인 바젬스키의 ‘노년의 우리의 삶은 오래 입어 닳은 할라트’
의 일부다
할라트는 러시아인들이 입는 속옷이고 잠옷이라 한다
백야가 있는 러시아
눈에 덮힌 흰왕국의 러시아
어느 강병보다도 강했던 추위로 많은 침략전쟁에서도 버텨냈던 러시아
일제의 고통속에 만주로 하얼빈에서 다시 연해주로
밀리고 끌려갔던 그 시절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며 살았던
그 분들이 돌아오지 못하고 남아 터전을 만든 땅
그 땅을 가보고 싶다
인생에 대한 노래들은
조용하고, 침착하고, 또 구차함이 적어서 좋다
욕망이나 욕심을 내기 보다 달밤의 빈배와도 같은 나이듬을
가져보려한다
강위의 빈배는 그 흔들림도 물결에 맞길 뿐
거슬러 뭔가를 하려 애쓰지 않듯
그러한 나이듬을 바래보고 싶다
현실의 다름을 잠시라도 잊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