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눈팔고 사는 줄은 진즉 알았지만
두 눈 다 팔고 살아온 줄은 까맣게 몰랐다
언제 어디에서 한 눈을 팔았는지
무엇에다 두 눈 다 팔아먹었는지
나는 못 보고 타인들만 보였지
내 안은 안 보이고 내 바깥만 보였지
눈 없는 나를 바라보는 남의 눈을 피하느라
나를 내 속으로 가두곤 했지
가시 껍데기로 가두고도
떫은 속껍질에 또 갇힌 밤송이
마음이 바라면 피곤체질이 거절하고
몸이 갈망하면 바늘편견이 시큰둥해져
겹겹으로 가두어져 여기까지 왔어라’
요 몇일 시집을 들고 산다
진료 시간 중간 중간
옆의 이 책 저 책 손에 잡히는대로 잡아 아무페이지나 열어볼 수
있는 것이 시집의 가장 큰 매력중 하나
오늘은 성조숙증의 날인가보다
오후들어 대학병원에서 진단받고 설명이 부족했던 아이들과
어린 나이 가슴발달이 염려되어 오는 친구들이 이어진다
방학을 해서일까?
중간에 읽은 시하나가 유안진 교수의 시 ‘내가 나의 감옥이다’
읽다보니 눈이 번쩍 뜨여진다
내가 이렇게 살아왔던건 아니었을까?
병안에 숨어 내 세상속안에서
밖으로 나가려하기 보다
내 세상을 만들면서 그 안만을 보아온 삶은 아니었었을까?
내 병안의 세상에도 겨울은 왔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