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밖에는 밤새 송이 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 시린 유리창마다
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
곽재구의 시 ‘사평역에서’
일부를 읽어본다
다른 동네엔 눈 소식도 있나 보다
눈이 와주면 좋으련만
출근길 김현식의 사랑했어요가 나온다
내게는 추억의 노래
예과 2학년 겨울, 사진을 좋아해 사진서클에 있었지만
본과로 들어가면서는 시간상, 또 강의실의 거리상
서클활동은 거의 할 수 없게 되기에
2학년말에 서클동료, 선후배들이 모여 송년회겸, 환송회를 받았었다
젊은 시절의 술자리야 취해야 마쳐 지는거
아니, 취해도 마쳐지기보다 더 취하려 하던 시절
생물학과 동기생에게서 고백을 받은 날이다
같이 참 많이도 출사를 다녔었는데,
팀원들과 같이 다니다 어쩌다 둘이서만 갔었던
원주 치악산의 출사를 말하면서 엽서에 치악산에서 찍었던
여름사진을 담아 주었다
술기운이 깨서 읽어본 엽서엔
함께해 즐거웠다는 말이 담겨있었었는데
… 그녀의 마음을 전하는 문구와 함께 ^^
한 장 인줄 알았던 엽서가
술이 깨어보니 몇 장 더 들어있었다
역사에서 뭔가를 쓰던 내 모습, 기차 안에서의 모습 등
몇 장의 사진들이 봉투에 함께 들어있었는데
시간과 함께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그 해 겨울은, 아니 그 당시의 겨울은 지금보다 더 눈도 많았고, 추웠었다
신사동에 친구들과 자주가던 음악 호프집, 풍차
맥주만 시켜도 기본 안주가 좋았던 곳이고 음악을 틀어주던
뮤직박스가 있었던 곳
김현식의 사랑했어요를 들었다
사실, 그게 내 젊은 날의 마지막날 이었었을지도
그 뒤론 본과준비로 1년위 선배들에 의해 모텔에 숙소를 잡고
이어지고 이어지던 스터디 선배들의 강의들
본과에 대한 앞선 두려움으로 그렇게 내 젊은 날의 마지막 들었던
노래가 그 곡이었던 듯하다
이유 없이 그 노래가 나오면 그 떄가 생각난다
젊은 날엔 작은 것에도 설레임을 가졌었는데,
젊은 날에는 사랑을 할 수 있는 특권을 가졌었는데
젊은 날에는 꿈을 꿀 수 있는 시간이 있었었는데
젊은 날에는 내가 나를 지금보다 훨 더 몰랐기에 편했었는데
이젠 그런 날은 오지 않겠지?
그런 설레임은 남아있건만, 주책없이 작은 것에도
오춘기의 나이든 눈가가 자꾸만 촉촉해지기만 한다
이유도 없이
쓸데없이 주책 맞게
그런 예과가 지난지 너무도 오랜 시간이 흘렀나보다
죽음이란 꼭 그렇게 나쁜 것만은 아닐 듯도 싶다
김현식은 그 날의 그 모습으로 그 젊음 그대로 내 곁에 남아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