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유턴중인 삶의 시간속에서

by 고시환
KakaoTalk_20211228_171949026_01.jpg
엄마 연경 륜형 나라 20062.jpg

‘꽃잎 아래

같은 말을 되풀이 하고

또 되풀이하고 그런다


꽃이 지고 있다고

꽃잎이 날리고 있다고

비단옷 깃에 바람이 날리고 있다고


가지 말라고

조금만 더 있다가 가라고

…… ‘


나태주 시인의 ‘꽃잎 아래’의 한 부분이다

이 책을 손에 쥔건 순전히 제목 때문

‘가지 말라는데 가고 싶은 길이 있다’


그 길을 참 많이도 걸어서 온 듯도 싶고

경향신문에 글을 한 동안 쓰면서 정동거리를 자주 다녔고

정동극장의 무대위 연극들도 접하다가 우연히

골목길에서 들리게 된 운현궁


은행 연수원장을 하던 친구하나가

은퇴후 경복궁에서 해설가로서의 인생 2막을 살고 있어

아주 오랜만에 들려봤던 경복궁, 덕수궁, 무교동 거리는

그 시절의 그 거리는 아닌 듯하여 다소 아쉬웠지만

머리속에 옛 모습을 그려보며 걸었었던 몇 달전


진료실에서 대화를 하려면

내 취향이 아닌 노래도, 영화도, 드라마도 간혹은 접해야한다

누군가와의 접점이 있어야 대화가 될 테니

아픈, 임상소견만으로의 대화뒤의 처방은 기술인이라시던

전공의시절 은사님의 말씀을

지켜오려 애를 썼지만,

그 시절의 의사로서의 길과 지금은 너무도 다르기에

쉽지만은, 아니 내 능력이 이를 따라주지 못했었던 듯도 싶다


어제 밤꿈에

내 다시 대학으로 돌아가 회진을 돌았다

돌다가 울었다, 내 병동들이 없어졌고, 내 환자들이 복도에 나앉아있다

그러다 깼다. 어제밤도 그러다 보니 길어져 버렸다


도깨비의 대사 하나가 기억난다

‘들어왔던 길로 가면 됩니다

저승은 유턴입니다’


반환점을 돈지는 이미 오래 된 듯하니

이미 유턴을 하여 가고 있는 중일 테니

오늘도 후회없이 더 걸어가련다


내 발로 내가 걸어가는길


국내이든, 해외이든… 여행이든, 그것이 학회나 강연이든

항상 아내가 먼저 짐을 싼다.

아내 24살, 나 25살

어리다면 어린 나이에 결혼을 했으니 이제 삼십여년을 함께 했지만

그 시작부터 이어져온 함께함


한 떄 나를 잃고 내가 가야하는 길에서 벗어나

방황도 했었고

아니 지금도 그러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대학을 그만두고 나왔을 때

공부의 기회를 허락해주었었던 국내에선 없었던 내 전공분야에 대한

미국내 대학에서의 공부를 이어갈 수 있었더라면

내 삶이 달라졌을까?


유턴해서 걷든

직진해서 걷든

함께 걸어오고, 걸어가고 있나보다


아이들이 이젠 서른을 바라보는 나이들이 된 것만을 보았던 것을

거울속의 나를 보려한다

마주보려하건만, 자꾸만 뒷모습만이 머리속에 그려지는건

어찌하나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나이탓? 추억이 그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