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잎 아래
같은 말을 되풀이 하고
또 되풀이하고 그런다
꽃이 지고 있다고
꽃잎이 날리고 있다고
비단옷 깃에 바람이 날리고 있다고
가지 말라고
조금만 더 있다가 가라고
…… ‘
나태주 시인의 ‘꽃잎 아래’의 한 부분이다
이 책을 손에 쥔건 순전히 제목 때문
‘가지 말라는데 가고 싶은 길이 있다’
그 길을 참 많이도 걸어서 온 듯도 싶고
경향신문에 글을 한 동안 쓰면서 정동거리를 자주 다녔고
정동극장의 무대위 연극들도 접하다가 우연히
골목길에서 들리게 된 운현궁
은행 연수원장을 하던 친구하나가
은퇴후 경복궁에서 해설가로서의 인생 2막을 살고 있어
아주 오랜만에 들려봤던 경복궁, 덕수궁, 무교동 거리는
그 시절의 그 거리는 아닌 듯하여 다소 아쉬웠지만
머리속에 옛 모습을 그려보며 걸었었던 몇 달전
진료실에서 대화를 하려면
내 취향이 아닌 노래도, 영화도, 드라마도 간혹은 접해야한다
누군가와의 접점이 있어야 대화가 될 테니
아픈, 임상소견만으로의 대화뒤의 처방은 기술인이라시던
전공의시절 은사님의 말씀을
지켜오려 애를 썼지만,
그 시절의 의사로서의 길과 지금은 너무도 다르기에
쉽지만은, 아니 내 능력이 이를 따라주지 못했었던 듯도 싶다
어제 밤꿈에
내 다시 대학으로 돌아가 회진을 돌았다
돌다가 울었다, 내 병동들이 없어졌고, 내 환자들이 복도에 나앉아있다
그러다 깼다. 어제밤도 그러다 보니 길어져 버렸다
도깨비의 대사 하나가 기억난다
‘들어왔던 길로 가면 됩니다
저승은 유턴입니다’
반환점을 돈지는 이미 오래 된 듯하니
이미 유턴을 하여 가고 있는 중일 테니
오늘도 후회없이 더 걸어가련다
내 발로 내가 걸어가는길
국내이든, 해외이든… 여행이든, 그것이 학회나 강연이든
항상 아내가 먼저 짐을 싼다.
아내 24살, 나 25살
어리다면 어린 나이에 결혼을 했으니 이제 삼십여년을 함께 했지만
그 시작부터 이어져온 함께함
한 떄 나를 잃고 내가 가야하는 길에서 벗어나
방황도 했었고
아니 지금도 그러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대학을 그만두고 나왔을 때
공부의 기회를 허락해주었었던 국내에선 없었던 내 전공분야에 대한
미국내 대학에서의 공부를 이어갈 수 있었더라면
내 삶이 달라졌을까?
유턴해서 걷든
직진해서 걷든
함께 걸어오고, 걸어가고 있나보다
아이들이 이젠 서른을 바라보는 나이들이 된 것만을 보았던 것을
거울속의 나를 보려한다
마주보려하건만, 자꾸만 뒷모습만이 머리속에 그려지는건
어찌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