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어서 물이 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가끔 쓸쓸해집니다
산골짝 도량 물에 섞여 흘러내릴 때
그 작은 물소리를 들으면서
누가 내 목소리를 알아들을까요
냇물에 섞인 나는 물이 되었다고 해도
처음에는 깨끗하지 않겠지요
흐르면서 또 흐르면서
생전에 지은 죄를 조금씩 씻어내고,
생전에 맺혀있던 여한도 씻어내고
외로웠던 저녁, 슬펐던 앙금들을
한 개씩 씻어 내다보면,
결국에는 욕심 다 벗은 깨끗한 물이 될까요
………”
의사이자 시인이기도 했던 마종기 시인의 시 물의 한 부분이다
토요일
하나의 해가 시작되었다더니 한 주, 또 한 주가 흘러간다
토요일 주의 마지막 진료
지방환자분이 많아 가장 바쁜 하루
이른 시간 빈 진료실에 나와 나를 가라앉히며
하루 시작을 준비하려한다
물처럼 그냥 하염없이 시간은 흘러가건만
그 방향은 물처럼 저 방향으로 갈거야하고 바라보며
생각을 할 수가 없다
내 고향 공주
금학동의 시냇물은 북에서 남으로 흐르던 제민천
다른 시냇물들처럼 남에서 동에서 서로, 서에서 동으로, 북쪽에서 남쪽으로가
아닌 반대로 마치 거슬러 올라가다 금강을 만난다
거슬러 가면 힘겹건만
물 방울들
방울 방울 맺혀져 있는 건 그 곳이 마치 자기 자리인 줄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을 텐데
사람들은 난 그런 뜻이 아냐
넌 몰라
내 삶이 옳아하며
타인에게 상처를 서슴, 아니 당당하게 주고
평하고 자신의 기준하에 평가함에 주저하지 않는다
부끄러움도 없이
나는 어떠한걸까?
모자라고 부족하고도 멍청해서인지
난 왜 머물러 있는 곳에 언제까지든 그냥 있을 거라
생각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매일 매일 출퇴근하던 길들 곁에 새로이 아파트가 들어서고
건물들이 들어서면서 길이 막혀가고
돌아가던 청계산길 가에도 대단지의 뭔가를 만드는지
집들 유리가 깨지고 붉게 페인트로 표시들이 되어져 있는걸 보니
이 곳에 머물던 물방울들도 이제 떨어져 나가나 보다
그 시간들이 갑작스레 두려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