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점의 겨울이 송이송이 동그랗게 피어나더니
그윽하고 담담한 기품이 냉철하고도 빼어나구나
매화는 고상하지만 뜰을 벗어나지 못하는데
맑은 물에서 해탈한 신선을 보게 되는구나’
… 추사 김정희가 노래한 수선화
수선화는 겨울 눈 속에서 꽃을 피운다 해서 설중화
물가에서 꽃을 피운다 해서 수선(水仙)
딱딱한 선비로 알았던 추사의 눈에도
봄의 수선화는 피하기 어려웠었던 듯 하다
매화로부터 시작되는 봄이라 하지만
수선화의 하늘거림은 그의 꽃말처럼
고결함, 신비로움, 자존감을 느끼게 해 주어
짧은 봄을 기다리고 간직하게 해 주는 듯
정호승 시인이 노래하는 수선화는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 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반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
시인은 이 계절이 외로운 가보다
수선화를 보는 눈은 화려함이나 떠들썩함이 아닌
고요함 속에 그 외로움의 멋과 맛을
봄 속에서 소중하게 홀로 품는 그런 시간들인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