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오전 진료가 없는 덕에 꽃 시장을 돌며
눈 구경을 해 봤다
한 코너에 위치한 수족관
정했다
금년에는 수련과 수생식물들과 함께
금붕어 한 쌍을 키워보련다
인연
맺지 말아야 할 것이 인연이라 생각하건만
또 다른 인연을 만들려나 보다
중학교 시절
다소 내성적이라 친구들과 거리를 두곤 했던 나
또 유사한 친구가 있었다
언젠가 그 친구에게 물어본 게 있다
넌 뭐하고 싶어 공부를 하니?
꼴등을 하지 않으려 공부를 한다는 뜻밖의 말
사실 그 친구는 전교에서도 알아주던 등수의
우등생이었으니
나중 좀 더 머리가 굶어졌던
대학시절 그 이야기를 물어보았다
왜 그런 말을 했었냐고
실제 그는 지금도 그 때도 수시로 꼴등을 하는 꿈에 시달린다고
오랜만에 보았던 영화 한 편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속 대화 중 이런 게 나온다
북에서는 학문을 하면 무기를 만들라 하여 내려왔는데
학문의 자유를 위해 내려왔건만
남에서는 대학을 가고 성공을 하고, 돈과 지위를 위해 공부하는
모습을 보니 그 다름을 느끼지 못해
수학자, 학자가 아닌 경비로서 일하는걸 택하겠다던……
꼴등을 하면 어때?
의 생각을 하지 못하는 십대의 마음은 어땠을까?
나이 육십을 바라보니 잊혀져 간다
사랑은 불가능해 보이는 것들 사이에
다리가 되어준다던 파울로 코엘료의 흐르는 강물처럼의
이야기는 거짓인 듯 싶다
사랑은 가능하던 것도 때론
그 다리를 끊어 불가능으로도 만들기도 한다는 것을
배우고 싶지 않은 것을 배웠나 보다
20-30대에 공부와 일만 하던 친구
20-30대에 놀기만 주구장창, 아니다
그 친구가 놀기에 열중한 건 중고등학교 때도
그랬던 듯
그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나누던 말
인생에서 가장 저렴한 건
맘, 정을 주는 관계가 아닌
계산과 서로간의 이해를 따지는 그런 관계가
가장 편하고도 쉽고, 또 깨끗하면서도
맘에 남는 게 없어 경제적이라며 웃었던
놀 거 다 놀고
나이든 친구는 이젠 여한이 없다 한다
아직 해 보지 못한 또 한 친구는 푸념을 늘어 논다
누가 옳은 삶을 산 걸까?
헤어지며 정작 엉터리 구닥다리 차에 시동을 걸며
웃는 친구가 옳았을까?
기사가 문을 열어주지만 처진 어깨로 일상으로
돌아가는 친구가 옳은 삶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