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놈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어릴 적
경기도 여주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었다
집에 오는 양 길가의 깻잎들이 주는 향
저녁이면 엄마의 심부름으로 몇잎따오면
저녁상에 그 향이 올라오곤 했었다
작은 마당에 심었던 콩, 고추들
신발돌옆으로 늘어서 있던 채송화들
아카시아, 해바라기, 코스모스, 칸나 이름 모를 꽃들로
계절을 알려줬었던 시절
아내는 봄이면 이러 저러한 것들을 심곤 하는
내게 핀잔을 준다
심기만 하고 뭐 가져오는 건 없으냐고
이상하다
그냥 심는 게 좋다
수확에 대한 마음보다는 심어서 싹이 나고
자라나는 그 과정을 아침이면 어제와 다른
그 모습을 보는 게 좋다
어차피 화분에 심겨진 감자에서
수확이 나온 다해봤자 얼마나 되랴
그래도 그 감자가 어제까지는 잎이 무성하더니
오늘 드디어 꽃을 피워주었다
감자꽃
캠핑을 좋아하던 시절
토요일 퇴근하면 목적지 없이 길이 막히지
않는 길로 가다 해질녘이 되면
멈추어 그 날 잠자리를 고르곤 했었던 시절
역시 캠핑의 꽃은 밤하늘
밤하늘아래 소주 한 잔 기울이며 보는
달밤아래 바람에 일렁이는 청보리밭
밤 어둠 속 짓 푸른 바다와도 같은 감자밭위에 보이는
흰 감자꽃들은 마치 물위의 반딧불같곤 했었는데
반가운 감자꽃과 시작한 하루
오늘도 행복 하련다
내가 내게 약속하나 한다
세상이, 그 누구도 내게 내 감정을 강요할 수 없음을
통장의 가벼움, 주머니의 부족함에 대한 생각을 바꾸니
생활에 대한 무거움이 오히려 홀가분한 가벼움으로 바뀌어간다
난 내 거창하게 신념
내 의지와 배운 대로 이 진료실을 삼십여 년 지켜오고 있다
주어졌던 대형병원도 대학교수자리도
내가 그리던 그런 의료의 자리가 아니었기에
이제는 전혀 미련이 없다
다만, 함께 했던 학생들과의 시간은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