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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속 두 종류의 시간대중

by 고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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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속 두 종류의 시간대중


너무도 오래 전에 읽었던 책 한 권을

한 구석에서 어렵게 찾아 들었다

그래, 또 일기장을 쓰게 되나 보다

밤새 내 언젠가부터 정리 없이 기회 되는대로 꽂혀져 버린

어수선한 책장


그 속에서 간신히 찾은 책 한 권

이기적 유전자

리처드 도킨스의 책 이기적 유전자를 사실

그렇게 의미부여하며 읽지는 않았었지만

그 책제목 때문일까 다시 읽어보고 싶어져서 뒤적여 찾았다


반세기는 지난 책

이기적 유전자를 다시 들게 된 이유는 뭘까?


체코의 한 거리에서 만난

즐겁게 노래하는 집시여인

그 뒤 삶에 지친 걸까? 사람에 지친 걸까?

지쳐 고개를 떨구고 있는 한 여행객의 모습


누가 더 삶다운 삶을 살고 있는 것일까?

아마도 신이 있었다면

어느 곳에 가장 진귀한 보물처럼 숨겨두었을 듯한 시간

이 시간을 인간은 뭔지도 모른 채 훔쳐 달아났으리라

배움보다 호기심이 더 앞서기만 하는 인간들은

도망하기에 바쁜 마음에 가지고 나온 두 시간의 차이를

알았을까?


1년 365일, 하루 24시간을 어김없이 흐르는 크로노스의 시간

내 생각, 의미, 가치에 따라 1초의 길이가 다른 카이로수의 시간

더 멋진 포장지에 들어가 있어 귀할 거다 여긴

크로노스의 시간을 지배층의 인간은 차지했고

지배층이 가진 시간을 탐낸 그 아래부류의 인간도 그 시간에

종속되어 버렸지만


대중에서 멀리 떨어져 앉아

딴 짓을 하던 한 무리

집시들은 그 들이 본채 만재하다 굴러 들어온 카이로수시간을

차지한 건 아닐까?


서로 달리 보는 시간

그 시간 속의 세상도 달리 보고

가치도 달리 보고

운명도 달리 본다


지배?

갖고 누비고 힘이 들어간다 해도

결국 이기지 못했던 집시의 자유로움

그 음악과 춤 속에서 시간은 멈추기도 하고

흐르기도 하고


이제서야 카이로스이 시간을 그리워한다 해도

가질 수 없겠지


추우면 추위에 떨고

배고프면 굶주리더라도

춤을 추고 노래를 하는 집시들의 시간들을

이젠 가질 수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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