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췌장암 말기로 항암치료 중에 있던 친구
대학에 있을 때 내 연구실 옆방에 있었던 인연으로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가까워졌었는데
내년 이맘때엔 한 해를 가고 한 해를 맞는
인사를 못할지도 몰라 미리 전화를 했다는 말에
밤새 걸었다
어둠 속 산을 걸어보고
가로등불 밑의 길을 걸어보고
언젠가 내분비국제세미나에 초청받아온
미국의 노인의학 전문의 한 분이 하셨던 말이 생각난다
만약 우리가 운이 좋게 늙을 수 있다면……
맞다 나이 들어 늙을 수 있는 건 행운인 것일지도
인류역사상 나이 들어 죽을 수 있는 시대는
그리 오래 전이 아니었던 듯
전쟁과 질병으로 불과 1세기전만 해도
태어나 늙기 전 죽음을 맞이했던 듯
고령화 시대?
나이 듦이 사회문제로 인식되는 단어로 들려
편하게 들리지 않는다
모든 게 다 돈으로 통하는 시대상을 그대로 보여 주 듯이
출산 장려금?
행복할 수 있는 권리
즐거울 수 있는 삶에 대한 조건
편하게 아이들과 가정을 꾸릴 수 있는 환경
여유롭게 나이들 수 있는 그러한 시대에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걸까?
평균수명이 늘었던 것이 아닌
노동수명이 늘어난 것은 아닌지
젊어서의 노동은 꿈을 가지고 이루기 위한 땀이었다면
나이 들어서의 노동은 생계형 노동이 대부분인 게 현실
고령화가 아닌
연륜과 경험이 쌓여가는 그러한 시대상은 어려운 것일까?
친구가 보고파진다
그 시절 늦은 밤 배안고파하며 연구실문을을 열던 그 모습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