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친구 몇과 함께 술 한잔을 했다
선약이 없이 불쑥 걸려온 전화 한 잔 하자~~~
우린 항상 그런식이었었나보다
옆자리의 젊은 친구들의 큰 목소리가
듣지 않으려 해도 들려온다
어째 육십이 다 된 우리보다 더 생활형의 이야기를
하는 모습이 왠지 서글프게 다가온다
명퇴를 한 친구의 말은
남의 이야기가 바로 명퇴인 줄 알았는데
내 이야기가 되니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 한다
아마도, 몇 주전 췌장암으로 삶을 달리한
그 친구도 본인이 집도를 하고 했었을 그 시간대에는
자신이 그 침대에 누워있던 그 시간에 실감할 수 있었을까?
옆자리의 젊은 친구들의 나이에 우린 그래도
꿈을 꾸었었던 듯
내 꿈은 대학교수로서의 은퇴였었다
언젠가 본 러셀 크로우의 뷰티풀 마인드를 보면
지금도 거론되는 내쉬의 이론을 만든 존 내쉬에 대한 영화
전쟁이 황폐화시킨 천재의 삶
프린스턴대학의 식당, 노쇠한 그가 앉은 식탁위로
교수들이 지나면서 팬을 하나씩 놓고 간다
몽블랑
존경의 표시라 한다
꼭 해당 영화가 아니었다 해도
이유 없이 어려서부터 펜이 좋았고
아마도 중학교에 들어서면서 처음으로 봤던 반 친구의 파카만년필의
부러움에서 시작을 했던 듯
2000년 첫 책출간후 3쇄 완판기념으로
출판사에서 몽블랑 만년필을 선물 받았었다
대학을 나왔을 때 위로로 아내가 주었던 것도 몽블랑펜
의사 30주년에 대학 제자들이 준 몽블랑펜
딸아이가 선물을 준 몽블랑펜
펜이 좋다
그 펜으로 종이 위에 써오던 일기장도
한 권의 끝을 보인다
달력만이 아닌 일기장도 끝으로 향해가는 시간인가보다
내 꿈을
보랏빛의 꿈을 얼마나 그 시간 동안 담아왔었을까?
아니 지금부터 얼마나 더 담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