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구걸

by 고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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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준다’의 미래형은?

오래 전 접한 문장 중 그 답으로 ‘나는 받는다’라 표현했던

문구가 기억이 난다


‘받는다’

받고 싶은 마음


그 간 너무 내 멋에 겨워 일을 해 온건 아닌지

진료실에 앉아 그 흔한 인터넷, 마을버스나 기타

광고하나 제대로 해 본적이 없이 오시는 분들과의

인연을 즐겨왔었는데

나도 나이가 들고 그 분들도 한 분 두 분

언젠가부터 보이지를 않으시고

주변에는 젊은 후배들의 멋진 인테리어에 버스에 달린 광고들


이젠 나도 달라져야 하고 변해야 함을 느낀 걸까?

아니면, 이제서야 정신이 차려지고

현실감각을 알게 된 것일까?


아니면, 진료실에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새로운 인연들이 그리워지는 것일까?


사람을 만난다

만나 내 전공과 이러 저러한 분들을 내 진료실에서

만날 기회를 얻고자 어렵게 말을 하고 헤어지면

마치 환자 구걸, 환자 동냥을 한 듯한 자괴감


아직 철이 덜 들었나 보다


그래도, 다시 받고 싶은 마음이다

나름 정석에서 벗어나지 않은 진료

하루 30명이상은 보지 않고,

병보다 사람과의 만남, 처방보다 대화를 하라던

은사님의 말씀을 의사가 된 뒤로 삼십몇년을 지켜온 삶을

잃지 않고 마무리 하고 싶은데


현실은 내 마음과는 같지가 않나 보다

사람을 만난다

10명을 만나면 10가지

20명을 만나면 20가지의 색을 보게 된다


그랬었구나

내 그 간 저 색들을 미쳐 보지 못한 채 살아왔구나

한 번 더 공부하는 시간을 얻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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