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족

by 고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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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경기도 광주, 퇴촌에 몇년간 살면서 고양이와 함꼐 했었다

태어난지 얼마 안된, 어린 새끼부터 함께한 두 마리의 고양이

미르와 미실이가 둘의 이름

어느 정도 자라고 나니 출근을 하면 따라 현관문을 나서 하루 종일 마당과 집 둘레의 산을 놀이터 삼아 지내던 미르와 미실이, 아쉽게도 그 중 미실이는 내 출근길 골목을 먼저 나서다 로드킬을 당하는 아픔을 남기고 미르만이 몇년을 함께 했었다.

퇴근하면 항상 현관문앞에 앉아 나를 기다리던 미르이가 어느날인가 보이지를 않아 사고가 난건 아닐까 염려의 마음으로 집주변을 찾다 어디선가 애쳐옵게 울며 나 여기있다는 듯이 부르는 미르의 소리

나무를 오른 건 처음이라 올라는 갔어도 내려오지를 못해 나무 위에서 야옹거리며 나를 부른다.

불빛을 비추어주니 그제서야 안심이 된 듯 나무위에서 내 품으로 뛰어 내려버리는 모습을 보니 이게 바로 가족이구나, 이 아인 나를 믿기에 내려오지 못하던 나무에서 나를 보자 바로 뛰어 내림에 가슴 뭉클함을 전해 주었었는대

믿는다는거

믿음은 인위적으로, 억지로 하라해서 될 수 있는게 못되겠지

믿음은 어쩌면 일상속에서보다 어려움속에서 내 안의 감정이 나오는 그런게 아닐까?

반대로 한 번 잃은 신뢰, 믿음은 그 만큼 다시 얻기가 또한 쉬운게 아닐 것이고

아니, 어쩌면 믿음이 강했던 만큼 그 믿음이 깨지면 다시 얻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오랜만에 술 한잔을 걸친 어제 저녁

한 잔술 덕인지 오랜만에 중간에 깸없이 잠을 이룰 수 있었던 밤

꿈속에서 미르를 만났다

3-4년을 같이하다, 어느날부터인가 보이지 않았던 미르

찾아도 찾아도 찾을 수 없었고, 아마도 어디서인가 로드킬을 당한게 아니기만을 바랄 뿐이다

마당에서 놀다가도, 내 나가면 다가와 다리에 몸을 비비며 응석을 부리던 미르

낯선 손이 집에 들면 가까이 하거나, 몸에 손을 대지 못하게 하면서 내 어깨위로, 무릎위로 몸을 움끄리며 자리잡던 미르

꿈속의 미르는 편해 보였다

나무위에 올라 아래로 나를 내려다 보던 미르

갑자기 근 10년은 넘은 미르의 모습이 꿈에 보인 건 왜 일까?

꿈이란 느닷없이, 이유나 설명 불가하게 들쑥 날쑥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무언가를 내게 보여준다

때론, 선물과도 같은 이야기를

때론, 잊고 픈 아픔에 대한 이야기를

꿈은 내가 선택할 수 없나보다

퇴촌에서 다른 집으로 한 번 이사를 했었다

이사를 한 집엔 다른 길고양이가 터를 잡고 있었던 듯, 덩치가 미르보다 2배는 되보이는 고양이가 마당을 어슬렁거리고 나무위에 올라 터전을 잡고 있었다. 미르가 한 동안은 집안에서 나가지를 못한채 창으로 밖을 내다만 볼 뿐이더니, 그러다 어느 날인가 얼굴에 상처 가난채로 보라는 듯이 마당 한 복판에 배를 깔고 드러누워 있더니 퇴근해 들어오는 내게 다가와 다리에 몸을 비벼대는 걸보니 아마도 낮에 결투를 했던 듯, 그 뒤로 부쩍 성숙한 모습을 보이던 미르 아마도 그 결투가 미르에게 무언가 자극을 주었던 듯 하다. 그 뒤로는 외부로 나다님이 잣아졌던 미르, 그래도 해가 지면 집으로 들어오곤 하던 미르가 어느날인가 부터 보이지를 않고, 그게 미르와의 마지막이 되 버렸다.

아이들도 서서히 자람보다, 어느날인가 돌아보면 마치 평지를 걷다 하나의 높은 계단위로 올라서 듯이 달라 보임을 겪게 된다. 삶이란 그런건가보다. 아이들의 자람만이 아닌, 나이듬도 서서히가 아닌 어느 순간 예전과 다름을 느끼며 이젠 나이가 들었구나 ... 그렇게 모든 것들은 내 미리 준비할 시간을 주지 않은채 갑작스레 다가와 버리나보다

'만족을 깨닫는 순간

가난한 사람은 부자가 될 것이고

부자라도 만족하지 못하면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으로 살아가게 된다'

레바논출신의 시인이자 화가 칼릴 지브란의 말이다.

만족

항상 무언가 빈 느낌으로 허전함속에 달려만 온 시간들은 아니었나 반성을 해 보게 된다

만족, 누가 주는게 아닌 내가 지금 이 자리에서 나 스스로에게 줄 수 있는 것인대

나이듬

달라지고, 변하는 것들은 자연적 순리

그 순리를 만족이란 감성으로 맞이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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