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반복되는 토요일

by 고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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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오후면 다음 날 진료예약명단을 가져다 준다

날자나 요일확인없이 내일 누가 오는구나 하며 예전 챠트를 들추며 잊은게 없는지, 오면 체크하거나 오더 변경여부는 없는가를 정검하고는 하는대, 금요일 오후가 되면 주는 예약자 명단이 우선 길고, 챠트를 뒤지다 보면 다른 날에 비하여 지방환자분들이 많음에 달력을 보면서 내일이 벌써 토요일이구나를 느끼게 된다.

또 한주가 지나가나보다

그렇게 한 달이 가고, 그러다보면 어느사이엔가 계절이 바뀜을 느끼면 시간이란 개념이 허전함을 안겨준다. 무언가를 할 때 바로 지금이라고 말을 하면서도 나 스스로 내일, 다음에 하지 하는 경우가 늘다보면 결국에는 그 다음에의 기회가 내 생애에는 없어져 버릴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출근길 라디오의 음악을 듣다 불현듯이 떠오른다. 오늘 해야할 일들이 뭐가 있지? 블루투스로 연결된 차안의 스피커에선 지옥의 묵시록을 통해 처음 접했던 Wagner의 'Ride of the walkyries'가 울린다. 이 곡을 들을 때 마다 스피커가 좀 더 좋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으면서도 첫 느낌이 내 의식과는 무관하게 오랜 시간이 지남에도 남아 있음에 때론 두려움을 느끼게도 만드는 곡이다. 지옥의 묵시록 자체가 강렬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이 장면을 연기한 듀발의 인상일까? 장난 치듯한 그의 인상과 헬기가 일으키는 바람, 뒤이어 일렁이는 파도와 함께 이어지는 총소리들, 갑작스레 하늘에서 나타난 총탄과 뛰어 달려드는 군인들에 항변의 기회조차없이 한 순간 죽음을 맞이해야만 하는 사람들

삶은 그러한 것이 맞을지도 모른다

지금 당장은 항상 강자, 갑이 옳다. 항변의 기회를 을은 가지지 못한다

시간이 지나, 갑의 상황이나 을의 상황에 변화가 생기면 그 때 가서 당시를 논하며 이미 그 현장에 없던 대부분의 사람들간에 따짐만이 남고는 한다. 변하지 않는 을의 상황이라면 그 따짐마져도 묻혀버리는게 현실

괜스레 남일 먼 것, 넓은 다른 곳이 아닌 내가 나에게 말하고 싶다

내가 갑이고 내가 을이고, 내 갑의 행동과 감정이, 을의 감정과 행동을 지배하며 지금 해야할 일, 하고 나면 그만일 것들을 내일로 이유, 설명, 핑계를 필요없이 대면서 뒤에 하지를 못하게 하고 싶다. 사실, 어찌 보면 나만이 아닌 우리 모두에게 어쩌면 내일이 없을지도 모르건만, 그냥 오늘 할 건 해야겠다

나도 느끼지 못한 채 월요일이 시작되고, 토요일이 와 버리니

법정스님이 입적하신지가 벌써 10년이 됐다한다. 다른 책을 구입하려 인터넷 서점을 들어가보니 법정 스님 10주기를 이야기하며 어느 한 분이 살아 생전 법정 스님이 들려주셨던 이야기들을 모아 책을 냈다. 주문을 넣었으니 월요일이면 오겠지, 처음 법정스님의 책을 접한게 중학교 1학년이었었는대... 나도, 그 분도 참 많은 시간이 흐른 뒤인가보다.

오늘은 조금 있으면 퇴근길

아마도 이번주는 조금 있으면 방학을 마치고 다시 출국할 아들의 뒷바라지로 시간들이 쓰일 듯하다

그렇게 또, 한 주가 흐르고 1월도 뒤로 흘러간다.

마음 같아서는 어디 조용한 술집에 앉아 조금은 독한 술 한 잔하며 책이나 읽으면서 주말을 보냈으면 쉽건만, 이젠 술도 몸이 부담스러워하는구만, 맘과 몸이 또 따로 노니, 언젠가 부터 맘보다 몸이 갑이 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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