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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지인 Oct 23. 2022

제품이 습관이 되는 과정

니르 이얄의 Hook을 읽고


훅을 읽었다.

사내 독서 모임에 초대를 받아 참여를 하게 되었고

훅은 모임에서의 첫 책이 됐다.



책은 술술 읽히는 편이다. 몇 문장은 여러 번 읽어야 했지만 비교적 이해하기에도 쉽다.

물론 내용을 체화하고 행하는 것은 다른 문제지만!


저자는 우리가 일상에서 숨 쉬듯 사용하는 제품의 원리에 대해서 말한다. 딱 떠오른 서비스는 인스타그램유튜브였다. 그 두 서비스는 나에게 무슨 짓을 했길래 나는 이 서비스를 하루 종일 달고 사는 걸까?

나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인스타그램을 켠다. 그 전날 올린 게시글이 있다면 '좋아요'를 확인한다.
가끔 친구에게 온 DM도 확인한 다음, 별 다른 답장을 하지 않고 '톡톡' 답장에 '좋아요'를 남긴다.
탐색으로 이동해서 책, 머리핀 광고가 덕지덕지 붙은 오래된 화제글을 본다. 슥슥, 몇 번 스크롤을 하면 어느새 30분은 금세 간다. 사실 그렇게 재밌진 않다.


저자는 내가 달고 사는 인스타그램, 유튜브처럼 성공한 제품들은 사용자의 습관으로 자리 잡은 제품들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제품들은 공통점이 있다고 말한다. 무슨 공통점이냐, 'Hook'모델이다.


Hook 모델의 4가지 단계

1. 트리거 
2. 행동
3. 보상
4. 투자

 

내가 만들고 있는 제품을 사용자의 일상에 습관처럼 베어 들게 만들고 싶다면, 사용자로 하여금 위 4단계를 순차적으로 경험할 수 있게 제품을 설계해야 한다. 각 단계마다 우리 제품에 던질 수 있는 질문을 적어보았다.

모든 제품에 적용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사용주기가 긴 제품들 (비행기 예약 어플, 구직 어플 등) 같은 경우는 사용자의 습관이 될 필요는 없으니까 말이다. 






트리거


우리는 특정 제품을 이용할 때, '그냥' 이용하지 않는다. 무언가가 툭- 우리를 건드렸기 때문에 이용한다.

저자는 이런 작용을 '트리거'라고 말한다. 


트리거는 외부, 내부로 나뉘는데 외부는 사용자의 외부에서 벌어지는 작용들이다. 우리가 웹 서핑을 할 때 보는 광고, 기사들이 주로 그렇고, 우리가 허용한 범주 내에서 오는 앱 푸시 알림, 카카오 채널 메시지 등이 외부 트리거다.  


내부 트리거는 사용자의 내부에서 벌어진다. 사용자 마음속에서 어떤 욕구가 발휘될 때, 사용자는 자연스레 그 욕구의 간지러움을 해소해줄 행동을 하게 된다

긴장하거나 불안할 때 손톱을 물어뜯는 버릇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손톱을 물어뜯는 것과 불안을 해소하는 것에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그들에게는 일종의 해소 행위인 것이다. 나 같은 경우도 곰곰이 생각해보니, 긴장한 상태에서 '몸을 왜 이렇게 긁냐고' 물어보는 이가 있었다. 가렵지도 않았는데 나도 모르는 새 몸을 긁었던 것 같다. 뭔가 잡히면 떼어내고, 그렇게 내 주의를 잠시나마 돌리고.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는 제품 또한 제품이 우리들의 욕구를 긁어주기 때문에 사용하는 것이다. 


인스타그램은 '소외되지 않고 소속되고 싶다는 외로움으로 인한 결핍'을 긁어주고, 패션 커머스는 쇼핑을 통해 '(신체보호를 넘어) 상징적으로 어떻게 보이고 싶다는 인정 욕구'를 채워주니까 말이다.

TV 예능 프로그램이나 유튜브의 영상 같은 경우도 '당장의 현실을 잠시 잊고, 집중을 옮겨 놓기 위한' 일종의 도피 수단으로써 작동을 하는 게 아닐까?


물론 내부 트리거가 발생했다고 해서 사용자가 곧바로 제품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인스타그램의 좋아요, 메시지 등 외부 트리거로 몇 번의 제품을 사용해야 외부 트리거 없이도 내부 트리거로만 제품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Q. 우리 제품은 사용자들의 어떤 욕구를 어떻게 긁어줄 수 있을까?



행동 (제품 사용)


사용자가 제품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우선 앞에 설명했던 트리거가 발생되어야 하고, 제품을 사용하고 싶은 동기가 있어야 하며, 제품을 사용하는데 어려움이 없어야 한다.

나는 인스타그램 피드를 보던 중, 패션 커머스 앱의 광고(외부 트리거)를 봤다. 광고 이미지는 설산에서 모델이 이쁜 패딩을 입고 있었는데, 매우 따뜻해 보였다. 이제 겨울이니, 나도 패딩을 장만해야 할 것 같다(동기). 광고를 클릭하니, 내가 봤던 패딩 상품의 상세페이지로 이동해서 바로 결제할 수 있었다.(행동의 쉬움)


동기는 제품을 사용할 마음이 들게 하는 것이다. 사용자에게 "이 제품을 사용하면 행복할 거야, 너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을 거야" 라던가, "이 제품을 사용하지 않으면 넌 불행하고 위험할지도 몰라"라고 말하는 것이다.


행동의 쉬움은 사용자의 비용을 줄여주는 것이다. 사용자의 심신을 힘들게 하지 않고, 오래 걸리지도 않을 것이며, 사회적으로도 눈치를 보지 않고도 사용할 수 있게끔 해줘야 하는 것이다. 만약에 제품을 사용하기에 어렵다면, 욕구를 충족해줄 다른 제품을 사용하러 가버릴 것이다.


Q. 패션 커머스는 어떻게 해야 사용성이 쉬워질까? & 나름의 대답

내가 원하는 옷을 빠르고 정확하게 찾을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원하는 옷이 없다면 사용자가 마음에 들어 할 만한 옷을 추천해줘야 한다.

옷에 대한 정보를 보기 쉽게(정보 및 리뷰) 보여주고 빠르게 판단하도록 해줘야 한다.

결제에서 놓쳐선 안 되는 혜택과 정보를 보여주고 적용하도록 해야 하며, 많은 과정을 거치지 않고 빠르게 (또는 그렇게 느낄 수 있도록) 결제하도록 해줘야 한다. 

배송과정에서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해야 한다.

택배 도착했을 때의 언박싱 경험이 쉬워야 한다. (많은 과대 포장지, 뜯어지지 않는 비닐 등은 유쾌하진 않다.)



보상


사용자의 내부의 욕망을 건드려서, 제품을 사용하게끔 유도했다. 그렇다면 다음에는 뭘까? 그건 바로 '보상'이다. 우리가 한 달 동안 회사를 다녀서 월급을 받듯, 게임을 통해 포인트라는 보상을 받듯 우리가 무언가를 지속적으로 행할 수 있는 이유는 '보상'이라는 체계 때문이다.


저자는 보상의 종류는 3가지라고 말한다. 종족 보상, 수렵 보상, 자아 보상이다.

종족 보상 : 사회에서 얻는 인정을 의미한다. 좋아요, 댓글 등등

수렵 보상 : 물질 자원, 정보 자원을 얻는 것을 의미한다.

자아 보상 : 성취감, 자아효능감 등 자아를 채우는 것을 의미한다.


인스타그램 활동으로 보상에 대한 설명을 덧붙이고 싶다. 

나는 어제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라는 영화를 봤고, 벅찬 감동을 가지고 인스타그램에 짧은 소감을 적어 스토리를 남겼다. 그러자 팔로워들이 스토리 좋아요를 눌렀고,  몇몇은 메시지를 보내 공감을 하거나 영화에 대해서 물어봤다. 내 스토리가 관심을 받는 것 같았다.(종족 보상) 나는 메시지를 주고받다가 잠시 소강상태에서 인스타그램 탐색에 들어가 게시글들을 봤다. 이미 본 게시글들이 많아서 새로고침을 통해 새로운 뉴스들을 찾았다. 새로운 뉴스를 빠르게 접할 수 있었다. (수렵 보상) 영화를 보고 감상을 스토리에 남기는 것은 오랜 내 습관이다. 오늘의 스토리도 내 영화 하이라이트에 하나로 저장해두었다. 컬렉션이 채워져서 뿌듯하다.(자아 보상)


현금성 보상은 한계가 있다. 서비스의 목적은 사용자에게 현금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의 욕구를 긁어줘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용자에게 서비스를 사용하는 목적을 헷갈리게 하면 안 된다. 


또한 보상은 가변적이어야 한다. 일관적이거나 예상 가능하면 사용자는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 왜냐하면 지루하기 때문이다. 게임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면 늘 똑같은 포인트를 주는 것이 나을까? 가끔 포인트와 함께 아이템을 주는 것이 나을까? 심지어 가끔 나오는 아이템마저 매번 다르다면? 보상은 다채로워야 한다. '다음엔?'이라는 물음표가 들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콘텐츠 플랫폼이야말로 다채로움의 산물이다. 새로운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새로운 게시글을 올리며, 새로운 피드백을 주고받는다. 


Q. 우리는 사용자에게 무엇을 보상해줄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다음을 기대하게 만들 수 있을까? 우리 사용자는 왜 우리 제품을 사용하는 걸까? 



투자


Hook의 마지막 단계인 '투자' 단계다. 투자는 사용자가 우리 제품에 시간을 들이게 하는 것이다.

시간을 들인다는 것은 단순히 오래 사용한다는 뜻이 아니라, 시간과 노력을 들여 제품에 자신만의 무언가를 지속적으로 남기는 것을 의미한다. 인스타그램의 피드 작성처럼.

사용자는 제품에 들인 시간과 노력만큼 제품을 떠나지 못한다.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높게 평가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나는 얼마 전 복구된 싸이월드를 예시를 들고 싶다. 싸이월드가 없어졌을 때 사람들은 많이 아쉬워했었다. 하지만 아쉬워하는 사람들 중에서 싸이월드를 현재 진행형으로 사용하는 사람이 몇이나 됐을까? 다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서 아쉬움을 표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복구된 지금도 여전히 과거의 콘텐츠만 확인하지, 적어도 내 주변에서는 사용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사용하진 않으면서 버리진 못하는 그런 느낌을 받는다. 그저 우리들의 과거와 추억들을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치를 보여주는 사례가 아닌가 싶다. 


그리고 시간을 들인 만큼 제품과 사용하는 시스템에 익숙하기에, 다른 제품으로 이동하는 것도 쉽지 않다.

다른 제품이 더 높은 가치를 준다는 것을 알고 있을지라도 말이다.


그렇게 사용자가 제품에 자신의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다 보면, 제품은 이것들을 트리거로써 활용할 수 있게 된다. 페이스북이 보내는 몇 년 전 사진을 확인하라는 푸시처럼 말이다. 


 Q. 패션 커머스에서 사용자가 시간을 들여 투자할 수 있는 것들은 뭐가 있을까?

제품에 등록한 사용자 정보 (사이즈, 계좌 정보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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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ok 모델 4단계를 톺아봤다. 이렇게 까지 길게 작성할 생각은 없었는데, 내가 생각한 예시를 작성하다 보니 길어지게 되었다. 


처음에 읽을 때는 조금 회의적이었다. 하지만 이 회의감은 개인적인 경험에서 오는 불편함이라는 것을 다 읽고 나서야 알았다. 


내가 실제로 인스타그램, 유튜브를 습관적으로 사용하고 있고, 그리 내게 좋은 영향을 주는 것 같지 않다고 여기기 때문에 (내가 안 좋은 사례라고 할지라도) 이런 중독성 있는 제품을 만들어야 하는 게 디자이너의 역할이란 말인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저자는 사용자들의 건강한 삶을 위한 플러스되는 서비스를 만들라고는 하지만 내가 너무 중독적인 일상을 살아서 그런가, 그런 제품이 곧장 떠오르진 않는다. 매일 가계부를 쓰기 때문에 정리가 잘되어 있는 토스와 나의 러닝 허영심을 채워주는 나이키 런 정도일 것 같다.


그래서 인스타그램과 유튜브를 멀리해야겠다는 생각이다.

나는 이렇게 많이 사용하기를 원하지 않았고, 좋아요와 새로운 콘텐츠의 노예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물론 사용하지 않는다는 극단적인 다짐은 하지 않는다. 적당히 건강한 나만의 선을 찾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막연하게 사용하는 시간을 줄이는 것보다 오프라인에서의 시간을 더 늘리는 것이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또한 우리 제품의 본질적인 가치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다.

겉도는 혜택과 겉도는 비용 절감이 서비스의 본질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Hook 모델을 실천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한 가지는 '우리 서비스는 사용자의 욕구를 시원하게 긁어줄 수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조금 더 본질에 가까운 디자인을 할 수 있도록 좀 더 멀리서 서비스와 사용자를 볼 수 있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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