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가 마케팅 브레인을 읽었을 때
내가 담당하고 있는 패션 커머스 서비스는 개발 인력 리소스가 적다. 프로덕트 오너 1명, 프로덕트 디자이너 1명(나), 프론트엔드 개발자 1명, 백엔드 개발자 1~2명, 운영에서는 MD만 2명으로 구성되어있다. (광고 관리는 예외로 두었다.) 물론 인원은 적지만, 모(母) 서비스의 인프라 덕분에 큰 문제없이 운영하고 있다.
얼마 전 마케팅 디자이너가 입사해서 이제 콘텐츠 디자인은 차차 줄여갈 예정이지만, 이제까지는 프로덕트 UXUI는 물론, 배너 & 프로모션 랜딩 디자인, 서비스 소개서 ppt, 배너 광고 가이드 등 다양하게 업무를 진행했다.
한동안은 개발 리소스 부족으로 1달 내내 프로모션 디자인을 진행한 적이 있다. 커리어적으로 그 상황에 만족을 한 것은 아니나, 결과적으로는 서비스를 향한 애착이 생겼다. 왜냐하면 MD가 상품기획을 하고 프로모션 기획서를 내게 넘기면 나는 '이 상품을 우리 사용자에게 어떻게 하면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할까?', '어떻게 하면 알림 수신 동의를 더 얻어낼 수 있을까?' '이 많은 상품 이미지 중에 더 어필을 할 수 있는 이미지는 무엇일까?' 하는 고민을 하게 됐기 때문이다.
프로모션 디자인 또한 프로덕트 디자인처럼 목적이 있고 목적 달성을 위해 UX는 근본으로, 그래픽 디자인이 보조로 사용된다. 또 프로덕트보다는 단기적인 노출을 하기 때문에 성과를 즉시 알 수 있다. 그래서 앞서 했던 고민들에 대한 사용자의 답을 바로 알 수 있다. 그런 과정을 반복하다 보니 결과적으로는 사용자에 대한 일련의 집착이 생기고 "어떻게 하면 사용자의 편의를 향상해 상품을 더 팔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되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비즈니스 없이 디자인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결국 사용자를 위하는 이유는 비즈니스 때문이고 비즈니스를 사용자에게 맞춤으로 풀어내는 것이 내 역할이다.
그래서 뭐랄까 비즈니스에 대한 전반의 이해를 하고 싶었고, 마케팅에 눈길이 가서 이 책을 구매하게 되었다. 단순히 마케팅에 대한 지식을 알려줄까 해서 말이다.
내게 마케팅이란 '서비스를 시장에서 소비자, 사용자에게 어떻게 말할까?'였다.
책은 기본적으로 무척 읽기 쉽다. 글의 꼭지도 잘 정리되어 있으며 쉬운 예시로 이해를 도와준다. 물론 1독으로는 체화는 어려워 보이지만, 어렴풋이 알고 있는 내용들을 잘 정리해준다.
저자는 마케팅이란 '관계'라고 말한다. 시장 안에서 판매자와 구매자가 가치 교환을 통해 긍정적인 관계를 맺고 반복적으로 가치 교환이 이뤄지게 만드는 활동이라고. (판매자는 서비스, 구매자는 소비자 및 사용자가 된다.)
서비스는 사용자에게 가치를 전달해야 한다.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서비스가 가지고 있는 가치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정의해야 하며(가치 분석), 그 가치를 가치 있게 받아들일 시장, 사용자 군을 선정해서(가치 제안) 그들이 좋아하도록, 합리적이라고 느낄 수 있도록 전달해야 한다(가치 전달) 이게 이 책이 말하는 내용의 전부며 마케팅의 본질이다.
가치란?
가치란 비용 대비 얻는 혜택의 양이다. 비용이란 물질적인 화폐뿐만 아닌 시간, 집중, 노력 등등을 의미한다.
혜택이란 내가 비용을 들여서 얻는 이점이다. 비용이 적어지고 혜택이 많을수록 가치는 커지며, 비용이 많이 들었는데 혜택이 적다면 가치는 없는 것이다.
가치를 계산하는 일은 비즈니스에서만 통용되는 것은 아니다. 일상생활에서 쓸모를 생각하는 일도 가치를 계산하는 일이다. 무엇을 하기 앞서 고민이 된다면 본인이 쓸 비용과 그로 인해 얻을 혜택을 생각해보면 좋다.
가치분석이란?
우리 서비스가 사용자에게 어떤 혜택을 주고, 어떤 비용적인 이점이 있는지 파악하는 일이다.
사용자가 들이는 비용의 종류로는 탐색, 거래, 사용, 처분, 공유 비용이 있다. 그리고 사용자가 얻을 수 있는 혜택으로는 기능적, 상징적, 경험적, 이타적, 자존적 혜택이 있다.
가치제안이란?
서비스의 가치를 알아봐 줄 시장과 사용자를 찾고 서비스를 포지셔닝하는 일이다.
앞서 분석했던 가치분석으로 말미암아 사용자의 비용을 줄이고, 혜택을 극대화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비용을 줄이는 방법은 사용자에게 정보를 주거나 UX를 개선하는 일이다. 혜택을 극대화하는 일은 기존의 혜택을 강화하거나, 다른 혜택을 부가적으로 얹는 일이다.
가치 전달이란?
가치제안에서 도출한 포지셔닝 전략을 실현하는 일이다. 전략에 맞게 서비스를 만들고 사용자가 사용할 수 있도록 설득하는 일이다. 이때 보통 4P 요소를 차용하여 이 4P가 하나의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도록 전략을 짜야한다. 책에서는 각 단계에서 다양한 전략을 예시 사례로 보여주는 방식으로 설명했다.
Product : 사용자의 니즈, 경쟁사와의 차별성, 개발 스펙 등을 고려하여 제품을 개발한다.
Price : 장기적인 관계 구축을 위해 타겟하는 소비자가 합리적으로 느낄만한 가격을 설정한다.
Place : 제품이 전달되는 과정에서 부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과 환경을 만든다.
Promotion : 사용자가 제품의 가치를 알고, 좋아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설득하는 과정을 고민한다.
이 책을 읽고 비즈니스를 다루는 사람이라면 마케터 마인드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이 들었다.
디자이너인 내가 이전에는 제품 개발 자체, 사용자가 직접 맞닿아 있는 UX, UI에 초점을 뒀다면, 이제는 서비스 전반의 맥락에서의 사용자의 비용, 혜택을 고려하며 디자인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상품 상세 페이지를 디자인한다고 했을 때, 이전에는 "사용자가 궁금해할 상품의 가격과 리뷰와 정보를 잘 탐색할 수 있도록 디자인 하자" 였다면, 이 책을 읽고 나서는 "사용자의 탐색 비용을 줄이기 위해 원스크롤 UI를 하고, 베스트 리뷰를 잘 보여줘야겠다. 그리고 공유 비용을 줄여 공유를 통해 추가 매출을 발생시키기 위해 공유를 유도할 수 있도록 UI 개선을 해야겠다"라고 생각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 (물론 지금 당장 머릿속에서 나온 내용이라 이렇게 하겠다는 소리는 아니다. 하하)
이제 내게 마케팅이란 '어떻게 해야 서비스의 가치를 지속적이고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까'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