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욱작가의 평소의 발견을 읽고
“나 이번년도 책 읽기 미션 채워야 해. 책 좀 빌려줄 수 있어?”
라며 남자친구에게 말했습니다. 남자친구는 항상 책을 쌓아놓고 있었고 그중 대부분은 제가 읽어본 책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남자친구는 잠시 고민하더니, 유병욱 작가의 평소의 발견이라는 새파란 책을 쥐어줬습니다.
표지는 내 스타일이 아니었으나, 훅 훑으니 가벼운 에세이 같아서 11월 남은 기간 읽기에 충분해 보였습니다.
고맙다는 말과 함께 같이 밖으로 나섭니다. 도착한 에스프레소 바에서 그는 그만의 작업을, 나는 빌려준 책을 읽었습니다.
저는 에세이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뚫린 입과 바쁜 손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내 말을 하고, 내 글을 쓰기에 바빴거든요.
하지만 이 책을 보니 생각이 서서히 바뀌는 것 같았어요. 읽기에도 쉽고 이 사람이 가지고 있는 ‘것’이 무척 맘에 들었습니다.
책에서 작가는 빼어난 문장을 보면 ‘질투가 난다 ‘라고 표현했는데 저 또한 이 작가가 가지고 있는 ‘것’들에 대해 질투가 났습니다.
저는 언제쯤 이런 글들을, 이런 글들을 쓸 수 있는 경험을 가질 수 있을까요?
(지금 이 글을 쓰는 것도 왠지 그의 글의 방식을 따라 하는 것처럼 여겨집니다.)
책을 빌린 지 일주일째, 틈틈이 짬을 내어 다 읽었습니다. 책을 다 읽고, 이 글을 쓰는 지금의 저는 카페에 있습니다.
사실 뭔가를 막 써내려 가고 싶은데, 뭐랄까요. 지금 꽤 어렵게 여겨져요. 조금 벅찹니다.
하지만 여기서 나온 대로, 용기는 ‘그럼에도 불구하고’에서 나오는 것이니 한 번 써보도록 할게요.
(저는 좋은 단어라던지, 표현에 대한 문구를 찾을 때는 오른손을 휘휘 젓는 버릇이 있습니다. 지금 보니 마치 지휘자 같아요.)
이 책의 요지는 ‘인생의 반짝임은 평소에 있다’라는 것입니다. 평소의 관찰, 메모, 음악, 밑줄..
제가 느끼기에 ‘인생을 어떻게 하면 밀도 있고 아름답게 누릴 것인가’에 대한 얘기를 하는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작가는 수많은 자신의 예시를 듭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작가의 경험을 읽는 동안 동시에 비슷한 나의 경험도 머릿속에서 읽히는 것 같았어요.
‘나도 그랬었는데’ ‘참, 그때 좋았었지’
책을 읽는다는 행위는 단순하게 작가의 메시지만을 읽는 게 아닌 것 같아요. 굉장히 복합적이에요. 나를 동시에 읽는다는 느낌이 더 강합니다.
책을 읽을 때마다 다르게 생긴 거울로 나를 바라보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새로운 나를 또 발견하게 됩니다.
이 책은 그런 경험을 해주게 한 것 같아요. 결과적으로 ‘평소에 대한 감사함’이 짙어졌어요. 그러면서 감사함을 느꼈던 순간이 강하게 낙인 되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또다시 한번 다짐하게 된 점은 ‘남의 글과 경험을 읽자’라는 것입니다.
앞서 말했듯 저는 뚫린 입과 바쁜 손을 가지고 있어서 내 경험이나 생각만 분출하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깨달은 점이 하나 있는데요, ‘지금까지의 나는 듣고 보는 사람의 배려 없이 그저 말하고(분출하고) 관심받고 싶어 하던 사람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순전히 자기만족에서 오는 사람이었다!‘라는 것입니다. 나는 이제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을 제대로 말하고 싶어요. 제대로 전달하고 싶어요.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까지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조금 더 풍부함이 필요해요. 그것은 ’ 남의 경험과 생각을 읽으며 좀 더 쉽게 말하는 방식과 풀어쓰는 방식을 습득하기’입니다. 저는 말하고 싶은 게 많은 사람이에요. 그런데 혼자 떠들고 싶지 않아요. 누군가가 그걸 읽고 내게서 인사이트를 얻고 공감을 해줬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남의 것을 보지 않고 혼자 말하는 사람이 과연 남의 공감을 받아낼 수 있을까요? 그게 된다고 해도 조금 우습게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이제부터는 조금 더 ‘남의 생각이나 경험’을 읽어서 인사이트를 얻어보려고 합니다.
작가가 했던 것처럼, 인상 깊은 문구를 적고, 각인하고, 내 생각을 풍성하게 만들고요. 일상을 관찰하며 좀 더 나의 지평을 넓히고요. 꾸준하게 생각들을 메모하며, 세상을 받아 적으며 언젠가 걸릴 나의 큰 ‘것’을 기다려 보려고 합니다.
이렇게 구성없이 적은 글은 처음인 것 같은데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 건진 문장 하나를 던지고 갑니다.
사람은 물과 같아서, 어디에 담기느냐에 따라 호수가 되기도, 폭포가 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