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기가 능력이 될 때' 서평
나는 말하는 걸 좋아한다. 하지만 '잘'말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아서 말이 빨라지기도 하고, 여러 가지 이야기가 섞이는 바람에 중요한 얘기엔 포인트를 못 짚고 넘어가기도 한다. 하지만 말 잘하는 것에 대한 니즈는 항상 있어왔다.
내가 특히 부러워하는 사람들은 발표를 대본 없이 하는 사람들이다.
그 사람들은 하고 싶은 말을 즉각적으로 정리해서 내뱉는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효과적으로 뱉질 못하니... 늘 발표 때마다 대본을 준비한다.
내가 말하기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앞으로 내게 '말하기'를 요청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 같아서'다.
넥스터즈 연사 요청을 받기도 했고, 3월부터 있을지 모를 강의를 위해서 나는 이제 '말하기'를 준비해야 한다.
어느 주말, 서점에 들렀다. 이것저것 유행하는 책들을 넘어 서점 안으로 깊게 들어갔다. 그리고 한 개의 책을 발견했다. 이아름 저, '말하기가 능력이 될 때'다. 난 홀린 듯이 책을 짚었고 빠르게 읽어버렸다. 말을 잘한다더니, 글도 잘 써서 후루룩 읽혔나 보다.
방대한 팁을 한 권에 요약한 책이고, 1 회독으로는 얻을 수 없는 정보들이 많다.
하지만 내게 크게 와닿은 부분만 정리하려고 한다. 저자가 프레젠테이션을 주요 주제로 삼다 보니, 프레젠테이션을 말하기로 생각하고 읽어주시면 좋을 것 같다.
말한다는 것은 듣는 사람이 있다는 거다. 우리는 말할 때 듣는 사람들을 위해 말해야 한다.
말하는 것도 매우 힘들지만, 듣는 것도 매우 힘들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들을 준비가 되었다면
우리는 말할 때 그 사람들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해줘야 한다. 입에 발린 칭찬을 하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원해서 듣고 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는 말이다.
일례로 들려줄 얘기가 있다. 나는 작년에 제로베이스에서 1회성 특강을 한 적이 있었다.
그때 내가 처음으로 중시했던 것은 '내가 무엇을 말할 수 있나'였다. 그 특강 자리를 채우려고, 내가 가지고 있는 게 무엇인지 따지기만 했다. 결과적으로는 특강을 준비하는 데 큰 무리는 없었지만 문제는 특강에 대한 평가였다. 내가 특강에 담고 있던 큰 메시지보다 더 작은 메시지였던 내가 현업에서 일했던 일, 포트폴리오에 대한 팁 등이 더 유용했다는 평가들이었다. 그 평가들을 생각해 보면 청중들이 내게 듣고 싶었던 것은 '포트폴리오에 대한 실전 팁'이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러니 우리는 우리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청중들이 듣고 싶어 하는 말과 함께 섞어서 버무려야 한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을 그 사람들이 들어야만 명분을 제시해서 들려주자.
일반적인 대화를 제외하고는 사람들이 남의 말을 들어줄 때는 두 가지다.
공감되거나
내게 이익이 되거나
그래서 우리는 공감을 이끌어내거나, '이 말은 당신에게 도움 돼요~'를 지속적으로 어필해야 한다는 소리다.
뭔가를 설득하는 입장에서 말을 할 때, 상대가 나와 어떤 관계인지(같은 경험이나 공통점으로 서로의 라포를 생성하고), 그 사람은 어떤 맥락을 가지고 있는지(상황에 맞춘 니즈를 파악하고), 내 이야기에 설득을 당할 때 그 사람 입장에서 방해받을 요인이 무엇일지, 그리고 그것을 없앨 수 있는 메시지가 무엇이 있을지 생각하며 말을 해야 한다.(좋은 결과로 이어진 예시, 그만큼의 가치를 보여줘야 한다.) 결과적으로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어? 맞아! 나 그게 궁금했어. 조금 더 듣고 싶다'라는 마음의 소리를 듣게끔 해야 한다.
사람을 움직이려고 하지 말고 스스로 움직이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해야 한다. 물을 먹일 방법 대신에 물을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답이다.
말하기 준비 대부분의 시간은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어떻게'해야 지지를 받고,
공감을 얻을 것이냐에 써야 한다. 이 말은
일명 말 잘러가 될 필요가 없다.
파워포인트 및 자료에 힘쓸 필요가 없다.
인용구 등 연출에 효과를 줄 필요가 없다.
요 위에 모든 것들은 다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효과적인 수단이어야만 한다.
모두 다 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우리는 우리의 메시지 한 줄을 상대에게 진정성 있게 전달하는 것에 초점을 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분석과 기획이 필요하다. 우선 메시지를 왜 전달하고자 하는지를 알고, 수신자는 누구인지, 수신자가 왜 내 메시지를 받아야 하는지,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분명한 메시지는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 구성이 어떻게 이뤄질 것이며, 효과적으로 설득하기 위해서 필요한 자료는 무엇이며, 어떤 스토리텔링을 할 것이며, 어디에 방점을 찍어서 말해야 할지 기획을 해야 한다.
분석에 따라서 같은 메시지어도 기획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으니, 앞서의 분석은 필수다.
그렇게 나의 메시지의 구성을 그려보는 것이다. 한 챕터, 한 챕터씩.. 한 챕터에는 한 가지 소주제를 가지고 있어야 하며, 챕터를 넘길 때마다 그 둘의 상관 관계도 슬쩍 얹어야 한다. 그리고 안에 들어간 모든 단어, 모든 자료는 각자 의미가 있어야 하고 '그것을 왜 넣었는지' 설명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야말로 내가 말하기의 주인공이 되어서, 내가 말하는, 내가 보여주는 모든 것을 씹어서 먹어버릴 정도로
내가 완전하게 이해를 한 상태에서 말해야 한다. 그게 잘 말하는 방법이다.
원고를 달달 외우면 물론 말하기에 안심이 되겠지만, 말할 때는 늘 변수가 따르기 마련이다. 원고로서는 그것에 대응하기가 어렵다. 그리고 원고를 그저 읽는 것은 진정성이 전달되지 않는다. 또한 현장감 있게 말하기가 어려울 수 있으므로 원고를 쓰지 않는 것이 좋다. 하지만 말하기의 초보자라면 원고대신에 한 챕터당 키워드 몇 개를 가지고 읽어도 된다. 키워드를 서로 연결해서 문장을 완성시키는 연습을 해야 한다.
쇼호스트는 그냥 하는 말이 없다. 무엇이든지 다 목적을 가지고 얘기를 하며, 그렇게 말을 많이 하는데도 지루하지 않다. 본인의 목소리를 잘 알고, 어떻게 해야 강약을 주는지 잘 알기 때문에 잘 활용하는 것이다. 또한 자기중심으로 말하지 않고 시청자들을 중심으로 말한다. 주어를 시청자로 두는 배려있는 말 한마디 마디가 사람들을 TV앞으로 오게 하는 게 아닐까?
말은 짧아야 오래간다.
내가 재미있어야 남도 재밌다.
말은 뜨개질처럼 엮어야 한다.
한 번에 하나의 메시지만
어려운 말은 듣기 싫은 말이다.
이상 책에서 인상 깊었던 몇 가지 개념들을 적어보았다. 다회독을 해야 할 것 같은 책이다.
나도 곧 다가올 연사 강의에서 참고할 꿀팁들을 얻어갈 수 있어서 즐거웠던 독서였다.